[황수정의 시시콜콜]조국의 ‘시민 마음 후벼파는 소리’

[황수정의 시시콜콜]조국의 ‘시민 마음 후벼파는 소리’

황수정 기자
황수정 기자
입력 2019-08-17 05:00
수정 2019-08-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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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를 앞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의혹이 하나둘 불거지고 있다. 의혹들의 성격이 예사롭지 않다. 자칭타칭 ‘강남 좌파’이자 진보의 아이콘이었던 주인공이다. 그가 56억여원의 재산을 신고한 재력가임은 이미 알려진 사실. 재산이 많다는 사실이 공격의 대상일 수는 없는 문제다. 하지만 청와대 입성 두달 만에, 그것도 전 재산을 이름도 없는 펀드에 올인한 상황이라면 얘기는 좀 달라진다.

조 후보자에게 쏟아지는 의혹 가운데 가장 심각한 사모펀드 약정은 상식으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2017년 7월 그는 ‘블루코어밸류업1호 사모펀드’와 74억 5000만원의 출자 약정을 맺었다. 그의 재산 신고액은 동산과 부동산을 통틀어 56억여 원. 펀드의 총 규모가 100억원 가량이라니 그의 약정액이 전체의 4분의 3을 차지한 셈이다. 신고 재산이 시가로는 100억원에 가까울 수 있음을 감안하자면, 재산을 몽땅 펀드에 밀어넣기로 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교수인 그의 부인과 수입이 없는 딸·아들 명의로 10억 5000만원을 납입했다.

투자 수익을 보장받을 수 없는 사모펀드에 그 많은 재산을 어떻게 쏟아붓겠다고 판단했는지는 수수께끼다. 관련 업계에서는 “기관투자자도 아니고 개인으로서는 정말 확실한 투자 건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했을 약정”이라고 뒷말이 무성하다. 그는 한때 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소속 남한사회주의과학원 강령 연구실장이었다. 젊은 시절 뜨거운 피로 경제민주화를 누구보다 앞장서 주창했다.

조 후보자 측은 “모든 재산 형성은 합법적으로 이뤄졌으며, 청문회에서 답변하겠다”고 했다. 그의 해명은 모두 사실일 수도 있다. 문제는 이미 금이 간 신뢰다. 그가 만약 평범한 ‘강남 우파’ 교수였다면 오늘의 그가 될 수 있었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개혁 정부의 상징으로 그를 1호 인사로 등용했을까. 한국 토양에서는 희귀종에 가까운 ‘강남 좌파’라는 이름표 덕분에 그는 진보의 앞줄에 설 수 있었다.

“자본주의라는 괴물을 불살라 버리자” 했던 조 후보자의 젊은 시절 구호가 민망해졌다. 돈 놓고 돈 먹는 사모펀드야말로 ‘자본주의 경제의 꽃’이므로, 그가 그 달콤한 열매를 따려다 들킨 모양새이므로.

어제오늘 시중에는 “왜 지금까지 그 많은 장관 후보자들이 청와대 인사 검증에서 걸러지지 않았는지 알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장관 후보자 아들의 호화 유학, 수십억 주식 투자와 부동산 증식에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그를 비롯한 청와대 인선 책임자들은 “뭐가 문제냐”고 되물었었다. 뭐가 문제인지 정말 몰랐을 수밖에 없었을 것같다.

지난날 그는 공직자의 위장 전입을 두고 “시민의 마음을 후벼파는 소리”라고 일갈한 적 있다. 딸의 교육을 위해 그 자신도 위장 전입을 했다. 들려오는 그의 이야기들이 시민의 마음을 후벼파고 있다.

논설위원 s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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