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美 의존도 높았던 안보 정책 유럽의 힘으로 재편 나설 듯

[특별 기고] 美 의존도 높았던 안보 정책 유럽의 힘으로 재편 나설 듯

입력 2015-11-18 23:02
수정 2015-11-18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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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서 외대 EU연구소 초빙연구원이 본 유럽의 미래

국제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의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가 향후 국제 질서와 유럽, 미국 등 관련국 정치·경제·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최고의 유럽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종서(중원대 교수) 한국외대 EU연구소 초빙연구원이 이 부분을 조망했다. 그는 ‘유럽연합 A to Z’, ‘유럽연합의 정체성’, ‘유럽연합의 대외정책’ 등을 저술했다.

이종서 외대 EU연구소 초빙연구원
이종서 외대 EU연구소 초빙연구원
그리스 긴축재정 부담 완화에 합의한 후 최근까지 유럽의 정치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최대 화두는 ‘어렵지만 그래도 낙관적인’ 유럽 통합의 미래에 관한 것이었다. 또한 시리아 난민 사태를 둘러싼 회원국 간 이해관계의 난립에도 불구하고 ‘난민 할당제’라는 공동 합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유럽의 낙관적 미래를 보여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물론 시리아 전체 난민 숫자에 비하면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다. 유럽연합(EU)은 독일이 주도한 온정주의 정책으로 난민 할당제 통과라는 합의에 도달했다. 그러나 이번 이슬람국가(IS)가 주도한 프랑스 파리 테러는 난민 할당제 실행을 어렵게 하는 것은 물론, 유럽 통합의 미래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기에 충분한 사건이다.

●유럽의 분열과 이슬람 결집 노리는 IS

파리 테러로 시작된 IS의 첫 번째 목표는 난민 수용 정책에 반대하는 극우 세력 결집을 통한 EU의 분열이다. 유럽 통합이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개방된 ‘열린 사회’를 지향한다면, 극우 세력의 등장은 민족주의라는 울타리를 친 ‘닫힌 사회’를 지향한다.

유럽은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유럽화’(Europeanization)를 통해 ‘하나의 유럽’을 추구하고 있다. 반면 유럽의 극우 세력은 민족 정체성과 배타성을 강조하면서 유럽화에 저항하고 있다.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 또한 판이하다. EU가 극우 세력을 ‘유럽의 파괴자’로 규정한다면, 극우 세력은 EU가 ‘민족의 혼’을 빼앗아가고 있다고 비난한다.

IS의 두 번째 목표는 유럽에서의 ‘이슬라모포비아’(Islamophobia·이슬람 혐오증) 확산을 빌미로 한 전 세계적 이슬람 세력의 결집이다. 이번 파리 테러의 일부 용의자들이 시리아 난민 틈에 섞여서 프랑스에 들어온 것이 밝혀지면서 난민 입국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폴란드 정부는 이미 더이상 난민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헝가리 역시 기독교에 기반을 둔 유럽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무슬림 이민자를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난민 수용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독일 내에서도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온정주의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유럽의 이러한 이슬람 혐오 현상의 증가는 IS가 목표한 것과 일치하고 있다. IS는 파리를 공격함으로써 무슬림에 대한 유럽인들의 반감을 키우고, 이를 계기로 분열돼 있는 이슬람 세력의 결집을 노리고 있다.

파리 테러로 인해 내년으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 선거도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강경 보수 성향의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IS 척결을 위해 미국과 프랑스 연합군이 대대적인 군사 작전을 감행한다면 중동에서 무슬림 국가들 간 결집이 종파를 초월해 이루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반세기 이어진 화해·협력 방해 못 해

그럼에도 이번 파리 테러가 지난 반세기 유럽 통합 과정에서 보여주었던 화해와 협력을 방해하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독일 주도의 유럽 통합에는 변화가 예상된다. 독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했던 프랑스의 입김이 한층 강화될 것이며, 유럽 안보 방위 정책은 커다란 전환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유럽 안보의 주도권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아래에 두려는 미국과, 공동 외교안보 정책을 근간으로 유럽의 독자 방위 체제를 구축하려는 EU 회원국들 간에 이견이 좁혀질 것이다. 유럽 안보 방위 정책은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코소보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유럽에서 나토와 EU 간 의견의 불일치가 없었더라면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EU 신속대응군 증강하고 새 질서 모색

이와 같이 EU 회원국들이 공동 안보 방위 정책에 동의하고 의견 일치를 본 것은 유럽 방위산업의 재편성 및 구조조정이 절실했기 때문이고, 코소보 사태 등과 같은 외부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한 탓이었다. 이번 파리 테러 사태로 ‘유럽의 안보는 유럽의 힘으로’라는 모토가 다시 내걸릴 것이고, 그동안 미국 군사력에 지나치게 의존한 것에 대한 비판이 확대될 것이다. 그 결과 현재 6만명인 EU 신속 대응군 수를 늘리는 전력 증강이 이뤄질 것이다.

이처럼 이번 사태는 EU의 공동 외교 안보 정책 전반에 걸친 개혁의 계기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또한 파리 테러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유럽인들은 새로운 유럽 질서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는 유럽 안보에 대한 대외적 정체성과 미국과의 관계 재설기 논의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15-11-1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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