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서울 법대/곽태헌 논설위원

[씨줄날줄] 서울 법대/곽태헌 논설위원

입력 2011-10-15 00:00
수정 2011-10-15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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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고사와 학력고사가 있던 1970~1980년대 문과(인문·사회계열) 전체수석 중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희망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서울 법대를 선택했다. 서울 법대 82학번인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적으로 이러한 범주에 속한다. 서울 법대는 수십년간 문과 지망생 중 최고의 인기학과로 주목받았다. 수재 중의 수재들이 모인 곳이 서울 법대다. 특히 법조계·정계·관계에 서울 법대 학맥은 뿌리가 깊다.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에는 육법당(陸法黨)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육사 출신인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에는 육사 출신이 최고 실세였고, 머리가 좋은 서울대 법대 출신은 전두환 정권의 테크노크라트로 요직에 중용됐다. 그래서 나온 말이 육법당이었다. 육사와 서울 법대 출신이 좌지우지했다는 뜻이다. 옛 재무부에서 최고 인기부서로 통했던 이재국의 성골(聖骨)도 서울 법대 출신이었다. 옛 경제기획원과 쌍벽을 이루는 재무부에 경기고 출신은 즐비했다. 그래서 경기고 출신이라는 간판은 기본이었다. 경기고 출신 중 서울 법대 출신은 성골, 서울 상대 출신은 이보다 한 단계 낮은 진골(眞骨)로 불렸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성골의 대표주자였다. 사법시험 합격자가 많지 않았던 1960년대에는 서울 법대 출신 중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고 한다.

서울 법대 출신과 사법시험에 대한 인기는 그대로 결혼정보회사의 직업별 등급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8월 한 신문에 나온 남자의 직업별 등급을 보면 1등급 신랑감은 서울 법대 출신의 판사로 돼 있다. 2등급 신랑감으로는 서울 법대 출신의 검사, 서울대 출신의 행정고시 재경직 합격자, 5대 로펌 변호사가 속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러한 막강한 서울 법대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으로 2009년부터 맥이 끊기며 대학 입시에서 사라졌지만, 서울시장에 박원순 후보(무소속)가 출마하면서 언론에 다시 오르내리고 있다.

박 후보가 서울대에 진학한 1975년에는 계열별로 학생을 선발했다. 박 후보는 사회계열에 합격했다. 사회계열에는 법대 외에 경제학과, 정치학과 등이 있고 4학기째에 전공이 결정됐다. 박 후보는 1학년 1학기 때 제적됐으니 법대 학생이었던 적은 없는데도 그동안 법대를 나온 듯이 말한 것은 잘못이라는 게 한나라당쪽의 얘기다. 박 후보의 서울 법대 논란은 누구의 말이 맞고 틀리느냐를 떠나 고질적인 학벌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곽태헌 논설위원 tig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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