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영화계 문제점 다룰 테이블 마련을/이효인 한국영상자료원장·영화평론가

[시론] 영화계 문제점 다룰 테이블 마련을/이효인 한국영상자료원장·영화평론가

입력 2005-07-06 00:00
수정 2005-07-06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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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강우석 감독이 배우들의 개런티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동시에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이 문제를 더욱 공론화했다. 이에 현재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배우들인 최민식·송강호씨는 이튿날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며 강 감독의 공개 사과를 요구했고, 강 감독은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공식사과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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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인 한국영상자료원장·영화평론가
이효인 한국영상자료원장·영화평론가
자, 그러면 문제는 다 해결된 것인가? 보기에 따라 문제가 봉합되어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 사건은 현재 한국영화계의 본질적인 문제와 연관된 한 지점을 건드린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터트린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니지만 덮어둔다고 해서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도 아니다. 사실 한국영화계는 중요한 쟁점에 대해 본격적인 토론을 벌이지 않았다. 스크린쿼터제만 해도 그렇다. 스크린쿼터제는 문화적, 산업적 측면에서 그 당위성을 인정받는 편이었다. 하지만 스크린쿼터제가 지켜지는 동안 한국영화 산업의 지속성과 건강성을 보장할 토대를 만들어가고 있었느냐는 질문은 스스로 하지 않았다. 아니, 질문은 어떤 형태로든 제기되었지만 충실하거나 납득할 만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고 본다. 그러다 보니 부당하거나 불필요한 질책을 받곤 했다. 예를 들면 스타급 연기자들의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비난이나, 누구나 보고 즐길 수 있는 영화인 동시에 산업 발전에 어느 정도 필요한 기획영화에 대한 지나친 비판이 그런 것들이다.

또 투자자본이 제작비로 형성되는 과정의 합리성과 제작 과정에 소요되는 비용 지출의 합리성 문제 또한 본격적으로 토론되지 않았다. 그리고 배급구조와 이윤의 배분구조 문제 또한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 물론 거대 매니지먼트사의 과중한 요구 등은 협의하에 조정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 문제 또한 그 자체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거대 투자자본과 매니지먼트사와의 협력 혹은 흡수의 징후 또한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문제는 자본력, 배급라인, 스타 등을 소유한 통칭 투자 자본과 제작사 사이에 그어진 경계선을 마주한 양 세력간의 이해관계로 귀착되고 만다.

물론 모든 경제적 행위는 경쟁과 더불어 합종연횡의 협력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윤의 극대 추구를 목표로 하는 투자 자본의 행위는 정당한 것이며, 문화적 차원의 공생을 주장하는 제작사들의 요구 또한 당당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투자측의 행위와 제작측의 요구가 다른 차원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데 있다. 제작가협회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배우 개런티 문제가 아니라 이러한 상황의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한 단초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이런 점에서 강우석 감독은 정말 시의적절하게 문제를 제기했고, 배우들 역시 자신들의 입장을 정당하게 밝힌 것이다. 그러니 구태여 화해를 할 필요도 없고, 해서 나쁠 것은 없지만, 이 지점에서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는 테이블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좋은 화해 방법으로 보인다. 그동안 영화 제작을 통하여 쌓은 그들간의 우정과 연대감은 몇푼의 돈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이야말로 한국영화의 진정한 힘이었기 때문이다.

그 테이블에는 상승 기운을 타고 있는 한류에 대한 공동의 이해관계가 고려되어야 하고, 정책적 개입 또한 있었으면 한다. 또 조감독 등 현장 스태프들의 처우 개선 문제와 함께 현장 인력의 합리적 운용 문제 또한 고려되었으면 한다. 저예산의 다양한 영화 제작 환경과 영화 문화 인프라 조성 문제 또한 고려되었으면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고려하기 앞서 그간 부지불식간에 각자가 누려왔던 독점적 지위에 대한 반추 또한 있었으면 한다. 상황은 언제나 역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효인 한국영상자료원장·영화평론가
2005-07-0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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