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달러박스/이용원 논설위원

[씨줄날줄] 달러박스/이용원 논설위원

이용원 기자
입력 2005-06-30 00:00
수정 2005-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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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박스(dollar-box)’라는 말은 ‘큰 돈을 벌게 해주는 인물이나 상품’이라는 의미로 각 분야에서 폭넓게 쓰이지만 이 단어를 대중에게 각인시킨 곳은 할리우드였다. 미국극장주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Theater Owners)는 해마다 그들에게 돈다발을 안겨준 배우들의 순위를 달러박스란 이름으로 발표한다. 달러박스란 곧 흥행을 보증해 주는 배우인 것이다.

달러박스를 대표하는 배우 가운데 특이한 사례가 클린트 이스트우드이다. 그는 1960년대 중반에서 70년대까지 마카로니 웨스턴의 총잡이(‘무법자’시리즈), 비정한 도시의 형사(‘더티 하리’시리즈)로 맹활약하면서 달러박스 수위에 여러차례 올랐다.1971년 감독으로도 데뷔한 그는 한동안 연출과 제작에 전념하는 듯하더니 자신이 감독·주연한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로 1993년 달러박스 1위를 되찾는다.

한국 영화계에는 진정한 달러박스가 존재할까. 쉽지 않은 질문이다.‘빅3’로 불리는 최민식·송강호·설경구씨 말고도 한석규·장동건·박중훈씨 등 뛰어난 연기력에 카리스마까지 갖춘 특급 배우가 적지 않지만 그들이 출연했다고 해서 그 영화가 꼭 대박을 터뜨리지는 못한다. 지난 1년을 보아도 이들이 주연한 ‘역도산’‘주먹이 운다’‘남극일기’등 큰 돈을 들인 작품이 흥행에 실패한 사례는 적지 않다.

한국영화가 하향세에 접어들었다는 우려가 커지는 와중에 영화 제작자와 스타배우 사이에 때아닌 전쟁이 벌어졌다. 영화제작가협회가 그제 기자회견을 갖고 스타 몸값이 지나치게 비싼 데다 매니지먼트사의 횡포가 심해 더이상 좌시하지 않겠다고 선전포고하자 어제는 ‘돈 밝히는 배우’로 지목된 최민식·송강호씨 역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와 해명을 요구한 것이다.

집안이 기울면 가족간에 먼저 분란이 일어난다더니 한국영화가 위기에 빠져들자 내부에서 싸움박질부터 하는 꼴은 정말 볼썽사납다. 이미지를 먹고 사는 스타에게 실명을 들어 ‘돈 밝힌다.’고 비난한 일도 점잖지 못한 짓이고, 제작비의 30%이상을 개런티로 가져가면서도 추가로 지분을 요구하는 행태도 옳지 않다. 한국영화 망치기 전에 서둘러 화해하기 바란다. 어차피 제작자·배우 가운데 하나만 없어도 영화 못 만드는 것 아닌가.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2005-06-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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