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 보복카드는 자동차 수입·반도체 수출 규제…맞불작전 고심

대일 보복카드는 자동차 수입·반도체 수출 규제…맞불작전 고심

이두걸 기자
입력 2019-07-02 22:34
수정 2019-07-03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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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대일 자동차 무역적자 1조 2000억원

日처럼 무역 때 정부 신청·승인 방안 거론
패션 불매 운동 하면 아베 정부 압박 효과
낸드플래시 반도체 日 수출 제한 의견도
“중기 日수출 막힐수 있어 자제” 신중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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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오른쪽)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오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공식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악수한 뒤 지나치고 있다. 지난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한국에 대한 무역 보복 조치를 발표했다. 우리 정부는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연합뉴스
문재인(오른쪽)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오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공식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악수한 뒤 지나치고 있다. 지난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한국에 대한 무역 보복 조치를 발표했다. 우리 정부는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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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가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맞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외에도 당장 내놓을 수 있는 보복 카드에 관심이 쏠린다. 일본산 자동차와 패션 제품의 수입 절차를 까다롭게 하거나 낸드플래시 반도체 등의 일본 수출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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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4세대 V낸드플래시 제품 연합뉴스
삼성전자 4세대 V낸드플래시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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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품목들은 일본이 우리나라와의 무역을 통해 상대적으로 많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데다 수입이 줄었을 때 국내 산업에 미치는 피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급소’까지는 아니지만 일본 정부가 아파할 수 있는 소비재 품목들이다. 일본처럼 비관세장벽을 앞세워 수출 때마다 우리 정부에 신청하고 승인을 받는 방안이 거론된다.

2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일 자동차 무역적자는 1조 2000억원 규모다. 승용차만 따졌을 때 지난해 우리나라는 395만 달러어치를 수출한 반면 일본은 우리나라에 11억 9130만 달러어치를 팔았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일본 차는 5만 3000여대이지만 일본에서 판매된 한국 차는 고작 300대에 그친다.

국내에 진출한 대표적인 일본 패션브랜드 유니클로 등도 수입 규제 강화의 대상으로 꼽힌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2018년 회계연도(2017년 9월~2018년 8월) 기준 1조 3732억원의 매출과 234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5년 이후 4년 연속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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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CT 200h’ 출시 연합뉴스
렉서스 ‘CT 200h’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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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WTO 제소는 전 세계를 상대로 여론전을 펼치겠다는 것으로 의미가 적지 않다”며 “올 초부터 일본 내에서 경제보복 이야기가 나오면서 정부도 대응책을 마련한 상태”라고 말했다. ‘맞불 카드’가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 물품들의 통관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자동차의 경우 배출가스와 소음, 패션 제품은 지적재산권 위반 등을 이유로 서류 작업이나 검수 등을 강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 역시 일본 입장에서는 WTO 제소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우리 정부는 대응 방침이 정해져도 이를 공식화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이 세계 시장점유율 60%를 차지하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 역시 일본의 ‘약한 고리’가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소니와 샤프 등 일본 업체들은 TV 제조 때 삼성디스플레이나 LG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수입해 최종 완제품을 만들고 있다.

다만 ‘보복이 또 다른 보복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시스템산업실장은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일본산 수입차 비중은 7%를 밑도는 데다 수입 규제 강화로 자칫 우리 중소기업들의 일본 수출길까지 막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역시 일본은 대만을 대체 수입선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일본의 도발에 일일이 대응하다 보면 나중에 긴장 관계가 손쓸 수 없을 정도로 고조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이 정치 문제를 경제·통상 문제로 끌고 왔다고 우리 역시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세종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2019-07-0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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