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만에 되살린 회장직… 유한양행 ‘차기 넘버원’ 놓고 의구심

28년 만에 되살린 회장직… 유한양행 ‘차기 넘버원’ 놓고 의구심

김희리 기자
김희리 기자
입력 2024-03-18 23:38
수정 2024-03-18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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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화 의혹’ 이정희, 이사회 잔류
직원 “회장직 위한 밑작업 아니냐”
사측 “대표이사만 회장 취임 가능”
李, 측근 통해 영향력 행사할 수도
글로벌 제약사 향한 성과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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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유한양행 이사회 의장. 연합뉴스
이정희 유한양행 이사회 의장.
연합뉴스
회장·부회장직 신설을 두고 일부 직원들이 반발하며 내홍이 일었던 유한양행이 지난 15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주주 95%의 찬성으로 해당 안건이 통과되며 일단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사측은 논란이 됐던 이정희 이사회 의장의 회장 취임 의혹은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이 의장이 측근을 회장으로 앞세워 아바타를 시킬 수 있다”는 의구심을 나타내는 상황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 의장은 이번 주총에서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선임되면서 이사회에 남게 됐다. 새로 꾸려진 이사회 결의를 거쳐 임기 3년의 의장으로 재선임될 경우 지난 9년을 포함해 장장 12년 동안 의장직을 유지하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이 의장은 이번 회장·부회장직 신설을 앞두고 일부 직원들이 “이 의장이 회장직에 오르려는 밑작업 아니냐”고 반발하며 ‘회사 사유화 의혹’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2015년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한 뒤 연임에 성공, 6년 동안 사장과 이사회 의장을 역임한 뒤에는 이사회 의장만 맡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의장이 이번에도 이사회에 남게 된 만큼 자연스럽게 의장직을 연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유한양행 측은 “주총 이후에 열린 이사회에서 회장·부회장은 대표이사만 오를 수 있으며, 대표이사는 최대 연임까지만 가능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내규를 신설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이미 대표이사 연임을 마친 이 의장과 현재 연임 중인 조욱제 사장이 회장·부회장 직위에 오르지 못하게 된 만큼 이 의장의 회사 사유화 시도는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의혹의 시선은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 이사회 의장 자리를 길어야 6년 했던 것에 비해 이례적으로 긴 기간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간 대부분의 대표이사 사장들은 관행에 따라 임기 만료 뒤 회사를 떠나면서 이사회 의장 자리도 함께 내려놨다.

이런 이유로 주총장에서는 “오너 없는 국민 기업에 왜 회장직을 도입하는지 모두 궁금해하고 있다”면서 “후보추천위원회 등 객관적 절차를 통해 회장 선임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쇄도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직원은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 의장이 회장직에 직접 오르진 않더라도 측근을 통해 사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여전하다”고 했다.

유한양행은 창립 100주년을 맞는 2026년 글로벌 50대 제약사에 오른다는 목표를 내놨다. 매출 규모를 현재의 3배 가까이 늘려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다. 폐암신약 렉라자를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육성하는 동시에 ‘제2의 렉라자’를 발굴해야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글로벌 50위권 제약사의 매출 규모는 약 4조~5조원대인 것으로 집계된다. 유한양행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 8589억원이다.
2024-03-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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