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보이는’ 효성의 규제 피하기

‘속 보이는’ 효성의 규제 피하기

오경진 기자
오경진 기자
입력 2020-09-07 21:52
수정 2020-09-08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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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블로그]
32개 회사 일감몰아주기 규제 사각
64개 공시 대상 기업집단 중 최다

효성은 재계에서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해 가는 계열사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총 32개나 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64개 공시 대상 기업집단을 조사한 결과 효성이 사익 편취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계열사를 올해 32곳으로 늘려 가장 많이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 내부거래를 막기 위해 총수 일가가 지분을 30% 이상 보유한 상장사를 사익 편취 규제 대상으로 보고 내부거래를 규제하는데, 일부 총수들은 이를 피하기 위해 지분을 규제 요건 밑으로 살짝 낮추는 편법을 쓴다.

공정위는 이처럼 총수 일가가 사실상 지배하지만 보유 지분이 30% 미만인 상장사를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해 가는 ‘사각지대’로 규정하고 관리하는데, 효성이 제일 많은 것이다.

●“작은 계열사·오너 가족 신사업 많은 탓”

정부의 이 같은 관리 속에서도 효성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회피 계열사 수가 많아진 이유는 조현준 효성 회장 경영 승계 과정에서의 지주사 체제 전환과 관련이 있다.

2017년 조석래 명예회장이 당시 회장직에서 물러난 뒤 경영 승계 과정에서 효성은 지주사가 계열사들을 거느리는 현재의 방식으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의 주식은 20% 이상, 비상장 자회사의 주식은 40% 이상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조현준 회장이 보유한 주요 계열사 4곳(효성중공업·효성티앤씨·효성화학·효성첨단소재)을 지주사인 ㈜효성으로 넘기면서 총수 일가 보유 지분이 일부 내려가 사각지대에 속하게 됐다. 올해 초 ITX마케팅(인슈필드㈜에 지분 매각), ITX M&S(2018년 12월 청산)가 사라졌고, ㈜에브리쇼·그린파워제팔차(효성중공업 계열사), ㈜가비(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 계열사)가 올해 새로 편입됐다. 효성 관계자는 “그룹 내 작은 계열사들이 많고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 오너 경영인들이 참여한 게 많다. 대부분 정보기술(IT), 보안 등 신사업 관련 회사들이라 다른 곳에 주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사익 편취 규제 대상 계열사도 15곳 1위

그럼에도 효성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편법을 쓰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실제로 조 회장은 총수 일가 사익 편취 혐의로 공정위에 고발당했고, 현재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다.

효성은 사익 편취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계열사 수도 15곳으로 1위다. 효성이 올해 말까지 정리를 공언한 계열사는 지주사 전환 이후 행위제한 요건에 걸리는 금융회사인 효성캐피탈 정도다. 법이 바뀌면 규제를 받는 계열사들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2020-09-08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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