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한남더힐’…분양가격 논란 수그러들까

논란의 ‘한남더힐’…분양가격 논란 수그러들까

입력 2014-06-02 00:00
수정 2014-06-0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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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감정원 타당성조사 결과 수긍 못해”…논란 지속될 듯

논란이 돼온 고가 민간 임대아파트인 ‘한남더힐’의 감정평가액에 대한 한국감정원의 타당성 조사 결과가 나옴에 따라 감정평가액의 적정성을 둘러싼 문제는 일단락이 됐다.

그러나 임차인들은 감정원의 조사 결과도 수긍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적정 감정가격 산정 문제를 놓고 시행사 측과의 갈등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 ‘한남더힐’ 왜 논란됐나

애초부터 고급 아파트를 겨냥했던 한남더힐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고자 민간 임대아파트로 지어졌다.

민영 임대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 대상이 아니어서 고가 수입자재 등을 쓸 수 있고 임대료 책정도 자유로우며 임대 기간이 끝나면 주변 시세에 근접한 감정평가액으로 분양전환가격을 산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논란은 의무 임대기간(5년)의 절반이 지나 분양전환이 가능해진 지난해 7월 이후 불거졌다. 시행사가 감정평가를 거쳐 제시한 분양전환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판단한 입주민들이 다른 감정평가법인에 평가를 맡겼는데 그 평가액의 격차가 너무 크게 나온 것이다.

시행사 쪽 감정평가는 나라·재일감정평가법인이, 세입자 쪽 감정평가는 미래새한·대한감정평가법인이 각각 맡았다.

공급면적이 가장 작은 87㎡형의 경우 6억4천565만원(세입자 측)과 9억8천679만원(시행사 측)으로 차이가 3억4천114만원에 달했고, 가장 면적이 넓은 332㎡형은 각각 29억2천160만원과 79억9천215억원에 평가돼 격차가 무려 50억7천55만원이나 벌어졌다.

세입자 의뢰를 받은 쪽은 싼 값에 분양받고 싶어하는 임차인들의 의견을 반영해 감정평가액을 낮게, 시행사 의뢰를 받은 쪽은 높은 분양가를 받고 싶어하는 사업주의 의견을 반영해 비싸게 산정해 내놓은 것이다. 이런 식으로 산출된 양측의 감정평가액 격차는 면적에 따라 153∼274%에 달했다.

이 논란은 곧장 감정평가 제도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다.

양측은 적정한 분양전환가격을 놓고 협의를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결국 지난해 세입자 측이 국토부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국토부가 한국감정원에 타당성 조사를 지시하게 됐다.

◇ 세입자·시행사 쪽 감정평가 모두 부실

2일 한국감정원이 내놓은 평가 결과는 세입자 측 의뢰를 받은 쪽과 시행사 측 의뢰를 받은 쪽 모두 부적정하게 감정평가를 했다는 것이다. 양쪽이 다 잘못이란 뜻이다.

감정원은 크게 두 가지를 문제로 지적했다. 우선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에 따라 공동주택의 평가는 거래사례 비교 방식을 기본으로 하면서 건설원가 방식, 임대수익 방식도 함께 적용해야 하는데 사례 비교 방식 한 가지만 적용해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거래사례 비교 방식을 쓸 때도 사례 선정, 시점 수정(사례로 택한 부동산의 거래 당시 가격을 현 시점의 가격으로 환산하는 일), 품등 비교(조망·위치 등 아파트의 품질을 결정하는 조건들을 비교하는 일) 등에서 미흡했다고 감정원은 평가했다.

주변에 조건이 비슷한 아파트가 있는 데도 이를 비교 대상으로 삼지 않고 엉뚱한 물건과 비교해 가격을 책정하거나 시간이 흐르면서 생긴 가격 변동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양쪽의 평가액이 모두 적정가격 범위를 벗어나 현저하게 과소(세입자 측) 또는 과다(시행사 측)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실제 고가 아파트의 대명사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경우 공급면적 216∼243㎡의 경우 현 시세가 30억∼45억원 선으로 3.3㎡당 5천200만∼5천300만원선에 달한다.

또 강북의 최고가 아파트인 성동구 성수동1가 갤러리아 포레는 233∼299㎡ 시세가 30억∼42억원 선으로 3.3㎡당 4천300만∼4천500만원이다.

이에 비해 한남동의 최고가 주택인 유엔빌리지 단지내 빌라들은 231∼264㎡ 규모의 시세가 20억∼30억원선, 3.3㎡당 3천만∼3천500만원 안팎으로 이들 고가 아파트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다.

어떤 아파트(빌라)를 한남더힐의 비교 대상으로 했느냐에 따라 감정평가 금액이 달라질 수 있는 대목이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양측 감정평가법인이 시세를 비교할 만한 대상 주택을 서로 입맛에 맞게 달리 적용한 것 같다”며 “논란이 되는 한남더힐의 진짜 가치는 거래가 이뤄지면서 시장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달 중 감정평가사징계위원회를 열어 문제가 된 감정평가사와 감정평가법인에 대해 징계 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감정평가사에 대해선 자격 등록의 취소, 업무정지(최대 2년), 견책 등의 처분을, 법인에는 업무정지(최대 2년), 과징금(최대 5억원) 등의 처분을 내릴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징계위에서는 감정평가사의 징계만을 결정하고 감정평가법인은 양벌 규정에 따라 국토부 장관이 직권으로 징계한다”며 “감정평가사의 징계 수위를 보면서 변호사 자문 등을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주민들은 여전히 거센 반발…논란 지속될 듯

남는 문제는 세입자와 시행사가 감정가격을 두고 합의를 할 수 있느냐다. 합의가 이뤄져야 임대주택을 원만히 분양주택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감정원이 이번 타당성조사에서 내놓은 적정가격 범위의 효력에 대해 국토부는 선을 긋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감정원이 제시한 적정가격 범위는 타당성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기준을 삼기 위해 마련한 것이지 감정평가 결과는 아니다. 이 금액이 그대로 분양전환가격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감정원이 내놓은 적정가격 범위는 법적인 구속력도 없다.

그러나 감정원이 이를 적정가격 범위라고 명시해 제시했고 또 이를 근거로 감정평가사·법인을 징계까지 하기로 한 만큼 이 가격이 앞으로 영향력 있는 지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세입자와 시행사가 협의를 벌이든, 새로 감정평가법인을 선임해 평가를 의뢰하든, 이번 감정원의 적정가격 범위는 상당한 수준의 준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민들은 조사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합의에 이르기가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한남더힐 세입자들로 구성된 분양대책위원회는 이날 “국토부가 아파트 시행사인 한스자람과 결탁해 그들이 폭리를 취할 수 있도록 승인해주는 우를 범했다”며 반발했다.

일례로 87㎡형의 경우 시행사 측이 제시해 실제 분양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가격이 3.3㎡당 2천800만∼2천900만원인데 감정원이 적정하다고 매긴 금액은 3천만∼3천500만원으로 실제 분양가보다도 높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또 국토부가 4월 발표한 한남더힐의 공시가격이 3.3㎡당 평균 2천700만원인데 감정원의 타당성조사 금액은 4천300만원으로 공시가격보다 60%나 높은 것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행사 측이 제시한 3.3㎡당 1천만원의 건축비를 감정원 측이 문제 삼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입주민들은 “전문가 진단으로도 3.3㎡당 건축비가 500만원이면 넉넉하다”는 입장이다.

입주민들은 시행사 측이 감정평가를 다시 진행하더라도 분양가를 낮추지 않는 이상 분양전환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윤인섭 한남더힐 분양대책위원장은 “이번 타당성 조사 결과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감정원이 제시한 적정 가격이 결국 분양전환가격을 결정하는 가이드라인이 되지 않겠느냐”며 “그런 금액으로는 분양전환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한남더힐 입주민들은 ‘임대보증금과 임대료가 사실상 추후 분양전환가격이 될 것’이라는 시행사 측 설명만 믿고 분양을 받았는데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하는 격”이라며 “앞으로 국회, 국토부, 감사원 등을 통해 시정 조처를 해줄 때까지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또 3월 감정원 원장이 국토부 관료 출신인 서종대 원장으로 바뀐 뒤 조사를 담당한 실무조사단장이 사표를 내는 등 타당성 조사의 방향이 시행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돌아갔다며 ‘관피아(관료+마피아)’가 힘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결국 한남더힐 분양전환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한남더힐은 주변에 비슷한 입지, 비슷한 마감수준의 비교할 만한 단지가 없어 가격 평가가 쉽지 않다”며 “감정원 평가 금액 자체도 적정성 여부가 논란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주민들과 시행사가 의견을 절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징계 대상이 된 감정평가사·법인이 징계에 반발할 수도 있다. 당장 한국감정평가협회는 이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면서도 타당성조사 결과에 대해 “절차·내용상 여러 문제가 있다”고 날을 세웠다.

징계 처분이 내려지면 감정평가사나 법인이 행정소송 등을 제기할 수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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