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보증금 최고 25억원, ‘고가 임대주택’으로 화제연예인·기업체 오너 등 거주…분양가 상한제 피하려 임대로 공급
분양전환을 앞두고 감정평가 가격을 놓고 논란이 되는 서울 용산구 ‘한남 더 힐’은 2009년 2월 분양 당시 고가의 임대 아파트로 이름을 떨친 곳이다.한남동 옛 단국대 부지에 지어진 이 아파트는 서민용 소형 임대아파트에 익숙해있던 당시 시장상황에서 전통적인 강북 부촌(富村)에 건립되는 임대상품인데다 공급면적이 최고 332㎡(펜트하우스), 임대보증금만 최대 25억원에 달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고가의 임대주택인 만큼 재벌과 연예인과 중소기업 오너 등이 많이 분양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입주민 구성원과 관련한 뒷얘기도 화젯거리였다.
한남 더 힐은 금호산업이 시공을 맡아 대지면적 11만1천511㎡에 아파트 총 32개 동, 600가구로 건설됐다.
면적별로는 87㎡ 133가구, 215㎡ 36가구, 246㎡ 131가구, 268㎡ 81가구, 284㎡ 204가구, 303㎡ 57가구, 332㎡ 36가구 등으로 87㎡를 제외하고는 모두 대형 아파트다.
내부 설계 구조는 복층형·테라스형 등 28개에 이르고, 철저한 경비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단지 내에 손님을 맞을 수 있는 파티 룸과 게스트 룸·미팅 룸 등이 있고 실내·스크린 골프장, 요가와 에어로빅 등을 할 수 있는 스튜디오, 수영장 등 운동시설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용적률이 120%로 일반 아파트의 절반 수준이어서 단지 환경이 쾌적하고 지상에 주차공간을 모두 없앴다. 조경 면적도 36.13%로 일반 아파트의 2∼3배 수준으로 높다.
이 때문에 2009년 2월 청약 당시 ‘고가 논란’에도 청약 경쟁률이 평균 4.3대 1, 최고 51대 1에 달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한남 더 힐이 처음부터 임대아파트로 계획됐던 것은 아니다.
당초 강북을 대표하는 고급 분양아파트로 사업이 추진됐으나 ‘분양가 상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사업시행자인 한스자람이 2008년 말에 갑자기 민영 임대아파트로 사업계획을 변경했다.
상한제 대상이 되면 분양가를 땅값, 표준형 건축비와 연동해서 책정해야 해 사업주체가 자유롭게 가격을 정할 수 없고, 건축비가 제한돼 수입 자재 등 고가 주택으로 짓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민영 임대아파트는 상한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임대료 책정이 자유로우며 임대기간이 끝난 뒤 분양전환 가격도 주변 시세와 비슷한 ‘감정평가액’으로 산출할 수 있다.
2011년에 입주를 시작한 한남 더 힐은 지난해 7월 의무 임대기간(5년)의 절반이 지나면서 분양전환에 들어갔다. 임대아파트는 입주민의 동의가 있으면 의무 임대기간의 50%를 넘기면 분양 전환이 가능하다.
그러나 시행사가 감정평가를 통해 주민들에게 제시한 분양전환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판단한 입주민들이 또다른 감정평가법인에게 평가를 의뢰했고, 그 결과가 가장 큰 주택형의 경우 양측의 감정평가액 차이가 최고 50억원에 달해 논란이 되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남 더 힐이 들어선 옛 단국대 부지는 과거 지역 조합아파트 사업을 추진하다 무산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던 땅”이라며 “이번 분양전환 가격을 둘러싼 갈등도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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