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팩터 혁신은 배터리 산업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LG에너지솔루션의 원통형 배터리.
불을 지핀 곳은 제너럴모터스(GM)다. 실적 발표회에 직접 나선 메리 바라 GM 회장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 ‘얼티엄’을 소개하면서 “기존 GM이 쓰던 파우치형 외에도 각형과 원통형도 모두 적용할 수 있다”고 언급해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중에서도 ‘원통형’에 방점을 찍었다.
중국 CATL의 각형 배터리.
각형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파우치형보다 공정이 덜 복잡하고, 금속 외피가 있어 외부 충격에 강하다는 점 때문이다. 파우치형의 최대 장점은 다양한 모양과 크기로 제작할 수 있어 남는 공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인데, 최근 전기차만을 위한 전용 플랫폼이 다양하게 개발되면서 이런 장점은 차츰 퇴색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파나소닉의 원통형 배터리.
리비안, 루시드 등 신생 전기차 업체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원통형 배터리를 전통 완성차 업체들이 속속 탑재하겠다고 밝히는 이유다. BMW도 신형 플랫폼 ‘노이에 클라세’에 원통형 배터리를 적용한다고 밝혔으며, 스텔란티스와 볼보, 재규어 등도 원통형을 도입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전기차향(向) 원통형 배터리 시장규모가 지난해 108기가와트시(GWh)에서 2030년 705GWh로 연평균 27%의 고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Congrats to the 4680 cell team on achieving 868k cells built in the last 7 days—equal to 1k+ cars! 🔋 pic.twitter.com/CaC7Js9aEL
— Tesla (@Tesla) December 25, 2022
업계 관계자는 “원통형은 역사가 긴 만큼 전통적으로 배터리를 제조해왔던 회사들이 강점을 지니고 있다”면서 “파나소닉과 LG, 삼성 등이 원통형 시장의 성장세가 큰 미국 내 사업을 확장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원점 재검토에 나섰던 미국 애리조나 공장도 원통형 배터리 공장으로 꾸리는 것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BMW를 고객사로 두고 있는 삼성SDI도 충남 천안 공장에서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 생산을 위한 막바지 점검에 한창이다. 아직 파우치형을 사용하는 현대자동차·기아·포드·폭스바겐이 주요 고객인 SK온은 파우치형에 집중하고 있다.
SK온의 파우치형 배터리
그러나 최근 원통형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늘면서 수급 불균형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이 시장에 진입한 LG에너지솔루션은 다른 고객에게 판매되고 있는 모듈을 활용해 상용차 업체에 판매하며 수주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폼팩터 포트폴리오가 다양하면 유휴 라인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고 재고 자산을 회전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면서 “전반적으로 배터리 제조사들의 생산성 혁신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다양화를 위한 업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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