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 대응에 쏠린 장관들
정황근 ‘쌀 대체작물 전도사’로
시간표 맞춘 국정과제 완수서
전례 없는 위기 대응 능력 중요
“다양한 인적 구성 필요성 방증”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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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난 4일 고립 221시간 만에 극적 생환을 이뤄 내 전 국민에게 희망을 준 경북 봉화군의 아연 광산 매몰 사고 현장에 달려간 두 명의 장관도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의 이정식 장관이 광산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이창양 장관에게 방문을 제안, 지난 2일 구조 현장을 찾았다. 두 장관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보다 구조가 시급하다”고 독려했다.
#3. 해마다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전량 사들이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여야 정쟁 끝에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이후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쌀 대체작물 전도사’를 자임했다. 쌀 대체작물로 각광받는 ‘가루쌀’ 알리기에 팔을 걷어붙인 정 장관은 기자들과 함께 가루쌀 생산지와 가루쌀 원료 빵집을 찾는 등 현장을 누볐다.
윤석열 정부 출범 6개월 동안의 대부분을 ‘장관 공석’ 상태로 보낸 부처가 있었던 반면 막후에서 조율하고 현장을 직접 뛰는 장관들의 모습도 자주 나타났다.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 윤 정부 경제 정책의 브랜드화가 미흡했던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충분히 숙의된 국정과제를 지니지 못한 채 어떤 사건이 터지면 반사적으로 대응했다는 점이 주요한 이유로 꼽힌다. 당장 채권시장의 불안함, 봉화 광산 매몰 사고, 정치권의 양곡관리법 개정 논란 등은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되지 않은 사안으로 주무 장관들의 역량이 ‘돌발 악재’ 앞에서 드러난 사례다. 이태원 참사 이후 안전 주무 장관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부적절한 발언과 대비되는 모습이기는 하지만 돌발 악재 국면에서의 대응력을 장관의 리더십으로 평가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있다.
물론 코로나19 위기 이후 ‘순발력 있는 대처 능력’이 행정부의 새로운 자질로 떠오르고 있기는 하다. 코로나19 이전까지 ‘큰 정부’인지 ‘작은 정부’인지 정부 크기에 관한 논쟁이 치열했던 것과는 반대다. 즉 정부가 방역·민생의 최종 책임자가 됐던 코로나19 기간을 거치면서 예기치 않은 돌발 변수 앞에서도 적절한 대처 능력을 발휘하는 ‘유능한 정부’, 즉 질이 담보되는 정부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는 얘기다.
일사불란하게 계획된 시간표에 맞춰 국정과제를 완수하는 정부가 아니라 전례 없던 위기에서도 창의적 대안을 찾아야 하는 쪽으로 정부의 역할이 바뀐다면 정권 내 인적 구성의 다양성이 요구된다. 인적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새 정부 1기 내각의 약점이 향후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2022-11-07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