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던지고 김용범 받고… ‘전국민 고용보험’ 본격 여론몰이?

강기정 던지고 김용범 받고… ‘전국민 고용보험’ 본격 여론몰이?

최광숙 기자
입력 2020-05-03 23:02
수정 2020-05-04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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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기재1차관, SNS서 독일 사례 들며 “고용 충격 대비 제도 성벽 보수할 타임”
靑 정무수석 정책 세미나 발언과 상통

자영업·특수직 근로자 등 50% 미가입
재원 마련·가입 기준 마련 난관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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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지난 2일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충격에 대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코로나 경제충격: 라인강의 경우’라는 제목의 글에서 “대공황과 수차례의 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각국이 오랜 기간 쌓아 온 제도의 성벽이 ‘코로나 해일’을 막아 내는 데 역부족”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우리도 곧 들이닥칠 고용 충격에 대비해 하루빨리 제도의 성벽을 보수할 타임”이라고 밝혔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김 차관의 발언은 지난 1일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의 ‘전 국민 고용보험’ 발언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의 언급과 맞물려 당청에 이어 정부가 본격적으로 고용보험 확대를 위한 여론몰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앞서 강 수석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개최한 정책 세미나에서 “현재 고용보험 대상이 1300만명인데 나머지 약 1500만명에 이르는 사각지대를 잡아 내는 것이 우리의 최고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고용보험 가입자는 지난 3월 기준 1376만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약 2700만명)의 약 50%다. 여기에 자영업자, 건설 일용직,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퀵서비스 기사, 대리운전 기사, 프리랜서 등은 빠져 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고용보험 가입자보다 더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렸지만 고용보험제도 밖에 있어 실업급여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

고용주가 없는 자영업자와 특수형태 근로자는 각각 405만명과 220만명에 이른다. 경영난 등으로 회사가 문을 닫아 일자리가 사라져도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처지다. 정부가 실직 시 실업급여 등을 지급하는 고용보험 대상을 일반 근로자뿐 아니라 영세 자영업자를 비롯한 전 국민으로 확대하겠다고 나선 이유다.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노동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엄혹해졌다”면서 “기존 제도를 뛰어넘는 발상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그동안 전 국민 고용보험제를 주장해 왔다.

전 국민 고용보험제 도입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관건은 재원이다. 현재 고용보험료는 근로자와 사업주 측이 월 급여의 일정 비율로 절반씩 부담한다. 지난해 근로복지공단이 거둬들인 고용보험료는 11조 4054억원이다. 만약 고용보험 가입 범위를 전 국민으로 확대할 경우 현재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특수형태 근로자 등의 고용보험료를 누가,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 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또 이들이 고용보험에 가입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자영업자를 고용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강제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영업자는 본인이 원하면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임의 가입 대상이지만 실제 가입자는 2019년 12월 기준 0.38%인 1만 5000여명에 불과하다. 일반 근로자는 보험료의 절반을 고용주가 나눠 분담하지만 자영업자는 보험료 전액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들 자영업자의 보험료 산출을 위한 소득 파악이 쉽지 않고, 지급 기준 마련에도 난관이 예상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 국민 고용보험제를 시행할 경우 국가 재정에 엄청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만큼 고용보험 의무가입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혀 나가야 지속가능한 제도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2020-05-0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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