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노동지침 무슨 내용
정부가 25일 폐기한 양대 지침은 노동계에선 일명 ‘쉬운 해고’ 지침으로 통했다. 기업이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허용해 노동계로부터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노동 적폐’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양대 지침은 지난해 1월 고용노동부가 도입한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에 관한 지침’을 말한다. 공정인사 지침은 저성과자에 대한 교육·직무재배치 후에도 성과가 나지 않으면 해고가 가능하도록 ‘일반해고’를 허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재계는 우수 인력을 상시 채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노동유연화’ 정책으로 받아들였지만 노동자는 고용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은 “공정인사 지침이 ‘쉬운 해고’를 양산할 게 뻔하다. 절대 수용할 수 없는 노동 개악”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전면 폐기를 요구해왔다.
정부는 또 노동자에게 불리한 사규를 도입할 때 노동조합이나 노동자 동의 없이도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면 사측이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바꿀 수 있도록 법규를 완화했다. 취업규칙은 채용, 인사, 해고 등과 관련된 사규를 말한다. 박근혜 정부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근로자의 불이익 정도 ▲사측의 변경 필요성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당성 ▲다른 근로조건 개선 여부 ▲노조 등과의 충분한 협의 노력 ▲비슷한 사항에 관한 국내의 일반적인 상황 등 6가지를 제시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취업규칙 변경 요건을 완화하면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을 마음대로 도입할 수 있다며 소송으로 대응했다.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성과연봉제 도입 근거로 이 지침을 활용했다. 이에 법원은 지난 5월 주택도시보증공사 노동자 10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노조 동의 없는 성과연봉제 도입 등 취업규칙 변경은 위법”이라고 판결하는 등 잇따라 노동계의 손을 들어줬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17-09-26 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