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계열사로도 임원 인사 확산될 듯…사장단 인사는 여전히 안갯속
삼성이 대통령선거 직후인 11일 그동안 미뤄왔던 임원 인사를 일부 실시했다.작년 12월 ‘최순실 사태’ 이후 멈춰 섰던 삼성의 경영시계가 새 정부 출범으로 계기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이날 IM(인터넷·모바일)과 CE(소비자가전) 등 세트 부문에 대한 임원 인사와 주요 보직 인사를 실시했다.
부사장 승진자 6명, 전무 승진자 11명, 상무 승진자 40명 등 모두 54명이 승진했다.
삼성전자는 조직의 신진대사 저하를 인사의 배경으로 꼽았다. 인사 적체 해소로 조직에 새 피가 돌게 해 조직이 원활하게 가동되도록 하려는 조치라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원활한 조직 운영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인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에서 제외된 부품(DS) 부문에 대한 인사도 조만간 실시할 계획이다. 인사안 확정이 늦어지면서 이번에 제외됐을 뿐 조직 전체적으로 임원 인사는 한다는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특검의 수사를 받고 두 차례의 구속영장 청구 끝에 결국 구속되면서 삼성그룹은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었다.
매년 12월에 하던 사장단·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은 중단됐고, 그룹 사령탑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은 공중분해됐다.
이번 인사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비상 모드였던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첫걸음을 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다만 제대로 된 정상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일단 이번 인사의 폭은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졌다.
다른 삼성 계열사로 확대될지도 뚜렷하지 않다. “인사의 필요성에 대한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인사를 했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그룹의 맏형 격인 삼성전자가 인사를 단행함에 따라 다른 계열사들 역시 조직의 원활한 신진대사를 위해 임원급 인사는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에 대한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데다 사장단 인사는 “구체적으로 검토된 바가 없다”는 게 삼성전자의 입장이어서, 이번 일부 임원 인사가 완전한 경영 정상화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임원 인사가 조직의 동맥경화 방지 차원이라면, 사장급 인사는 그만큼 시급성이 높진 않다. 급격한 실적 악화나 경영상 과오가 있지 않다면 당분간은 사장급 인사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이에 따라 사장급 인사는 일러도 이재용 부회장의 1심 판결 이후, 늦으면 통상적으로 사장급 인사를 하던 12월께 단행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현실적으로 사장급 인선의 경우 그룹 오너인 이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되지 않은 채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사장급 인사 시점은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 이후가 될 것이란 분석까지 나온다.
사장단 인사가 단행되더라도 과거처럼 그룹 차원에서 전 계열사에 대해 일괄적으로 발령을 내는 틀 자체가 바뀔 개연성이 크다.
이런 형태의 사장단 인사가 ‘미전실 체제’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미전실을 해체하면서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 전환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사장급 임원의 인사는 계열사마다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열어 선임하는 절차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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