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회복에 기댄 한국경제, 美금리인상에 발목 잡히나

수출 회복에 기댄 한국경제, 美금리인상에 발목 잡히나

입력 2017-03-12 10:18
수정 2017-03-1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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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리 인상되면 가계부채 부담 가중…‘소비절벽’ 가속화 우려미국 금리 인상 앞두고 외화 유출 가능성…인상 속도도 관건

이번 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상 결정이 거의 확실시되면서 가뜩이나 얼어붙은 국내 소비심리가 더 꽁꽁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압박으로 시장 금리가 상승하면 사상 최악 수준인 가계부채의 뇌관을 자극해 소비심리가 더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외화유출이 가속화하면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경기도 위축돼 미약하나마 회복세에 접어든 우리나라의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자꾸 오르는 은행 대출금리…가계부채 뇌관 건드리나

12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오는 14∼15일(이하 현지시간) FOMC의 금리 인상 결정은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미국 노동부는 2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전월보다 23만5천명 증가했다고 10일 발표했다. 이는 1월 증가폭인 22만7천명은 물론 시장의 전망치 19만명을 훨씬 웃도는 규모다. 미국의 2월 실업률도 4.7%로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연준은 고용 상황 등을 참고해 정책금리를 결정하기 때문에 최근의 고용지표는 이번 FOMC 금리 인상의 확실한 전조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미국의 금리가 오르면 한국의 금리도 인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1.25%로 유지하면서 8개월째 금리를 동결했다.

대내 경기 부진이나 가계부채를 고려하면 금리를 인상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번에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 금리와 격차가 줄어들게 돼 외국 투자 자본 유출 등의 위험으로 금리 인상 압박은 한층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압력은 이미 시작된 시중 금리 상승세를 가속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 1월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3.39%로 전월보다 0.10%포인트 올랐다.

은행 가계대출 금리는 지난해 8월부터 5개월째 올라 2015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1천344조원에 달하는 가계 부채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부채 원리금 상환액 부담이 가처분소득의 절반 가까이 되는 한계가구가 늘고 있는 점도 부담스럽다.

정세균 국회의장 정책수석실은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고 원리금 상환액이 처분가능소득의 40%를 넘는 한계가구가 지난해 14.7%나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가계의 이자 부담이 늘게 되면 둔화하고 있는 소비심리는 더욱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정부가 사활을 걸고 있는 내수 활성화 대책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빠르게 늘고 있는 정부부채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경기 부진으로 가계 소득과 정부 세입이 줄게 돼 부채 상환 능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5년 공공부문 부채(D3)는 1천3조5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46조2천억원 증가했다.

◇ 이미 외환 유출 조짐…신흥국 경기 동반 위축 시 타격 우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외화유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아직 미국이 본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지 않았음에도 이미 인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신흥국에서 미국으로 ‘머니무브’가 한창 진행 중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국내외 채권형 펀드의 자금 유출입을 집계한 결과 올해 들어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 지난 6일 기준 1조1천240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국내 채권형 펀드는 2015년 12월 말 77조3천억원이던 순 자산이 지난해 9월말 101조1천억원까지 급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최근 6개월간 3조9천973억원이 빠져나가는 등 국내 채권형 펀드 투자 열기가 급속히 식어가는 모습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 1년 국채금리가 25bp(1bp=0.01%포인트) 상승하면 한국의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은 3개월 후 3조원 유출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우리의 외환보유고 등 대외건전성을 고려하면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유출이 당장 큰 타격을 줄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기대 이상으로 빨라지면 외환 유출 속도도 빨라지면서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미국 내 전문가들은 올해 연준의 금리 인상 횟수를 2회로 예상했지만 연준 위원들의 통화 긴축 선호 발언 등으로 현재는 3회 인상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거 빚더미에 오른 신흥국 기업들의 원리금 상환과 만기 연장에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채권금리 상승으로 신흥국 장기채 투자자들이 대량 매도에 나서면 시장의 혼란이 커지고 실물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신흥국 경기 위축은 수출 회복세에 기대를 걸고 있는 한국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물론 미국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강세가 심화하면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한국 기업의 수출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일본을 환율조작국이라고 주장하는 등 달러 강세를 강하게 견제하고 있어 이 역시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 정부 “금리 인상 예상 시장에 반영…큰 충격 없을 것”

정부도 이번 FOMC에서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인상 이후 벌어질 시장 반응을 예의 주시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결정하면 우선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시장 상황을 면밀히 들여다볼 계획이다.

만약 시장이 급변해 불안이 커지면 미리 마련해 둔 비상계획을 가동해 시장안정조치를 취하게 된다.

정부는 시장이 이미 금리가 올라갈 것을 예상했기에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지난 3일 “작년 연말에 미국이 금리 인상 할 것이란 예측이 시장에 일정 부분 반영돼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시장안정조치에 들어갈 정도의 이상 상황은 발생하지 않으리라 보고 있다”며 “다만 예단하지 않고 시장을 주시해 상황에 필요한 대응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 금리 인상으로 당장 한국경제에 충격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라며 “가계부채와 관련된 구조조정을 계속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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