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도 문제, 올려도 문제’ 한국은행 기준금리 어쩌나

‘내려도 문제, 올려도 문제’ 한국은행 기준금리 어쩌나

입력 2017-03-12 10:17
수정 2017-03-1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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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유출·가계부채·경기부진 우려에 동결 기조 이어갈 듯미국 금리 오르면 한은도 인상 압박 커져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한국은행 정책에 영향을 줄 만한 여건 변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습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6일 임원회의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과 관련해 한 말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을 앞둔 한은의 고민과 긴장감을 엿보게 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신흥국 등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고 국제금융시장의 자금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정책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한은은 기준금리를 내리지도, 올리지도 못하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여기에 외국인 자금의 이탈, 가계부채 문제 등이 부각하면서 기준금리 운용의 폭이 더 좁아질 공산이 크다.

우선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연 1.25%이고 연준의 정책금리는 0.50∼0.75%다.

앞으로 연준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포함해 0.25%포인트씩 3차례 금리를 올리면 한은 기준금리보다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본격적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내외 금리 차가 좁혀지는 추세를 생각할 때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추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불리는 가계부채도 변수다.

가계부채 급증세가 아직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는 부채를 늘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미국을 좇아 기준금리를 올리기도 어렵다.

한국경제는 올해도 내수 위축 등으로 경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최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둘러싼 중국의 경제적 보복이 심상치 않다.

민간기관에서는 사드 문제의 후폭풍으로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최대 1% 포인트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기준금리 인상이 자칫 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것이다.

또 기준금리가 오르면 자영업자 등 취약가구와 한계기업은 빚 부담에 도산 사태를 맞을 수 있다.

이런 위험성을 감안할 때 한은이 당분간 국내외 상황을 관망하며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한은은 섣불리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올해 성장세 회복을 위해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에 기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아니다”며 “일대일로 대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미국발 기준금리 인상 압박에도 최대한 버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은이 동결 기조를 언제까지 이어갈지 예단할 수 없다.

앞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와 외국인 자본의 움직임, 국내 경기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선택의 갈림길에 설 수 있다.

미국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면서 국내에서 외국인 자본의 이탈이 가시화할 경우 기준금리 인상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한은도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더디고 국내 경기의 침체가 심각해지면 기준금리 인하론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만약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지는 상황이 오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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