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드형 에어컨 8시간 틀면 전기요금 32만원…정부는 “개편불가” 고수
’창문만 열어봅니다’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9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의 창문이 폭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열려 있다. 가정용 전기요금에만 6단계 누진제를 부과하기 때문에 가정마다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음에도 쉽게 가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부자감세’, 전력대란’의 우려로 누진제를 개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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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4인 도시 가구의 봄·가을 월평균 전력사용량은 342킬로와트시(kWh)로, 5만3천원가량의 전기요금(부가가치세·전력산업기반기금 제외)을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름철 1.84kW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12시간씩 가동하면 662.4kWh를 추가로 쓰게 되면서 전기요금은 47만8천원으로 치솟는다.
전력사용량은 3배가량 늘었지만, 전기요금은 9배로 뛰는 것이다.
하루 3시간 30분씩 가동한 경우에도 3배에 달하는 14만5천원, 8시간씩 틀면 6배인 32만1천원을 내야 한다.
전력소모가 적은 벽걸이형 에어컨은 그나마 편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그래도 두 배 이상의 전기요금을 감수해야 한다.
0.72kW 벽걸이형 에어컨을 하루 8시간씩 틀 경우 전기요금은 13만2천원, 12시간씩 켜놓으면 19만3천원이 부과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처럼 전력사용량 증가 폭에 비해 전기요금이 훨씬 더 가파르게 뛰는 이유는 누진제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가정용 전기요금에만 6단계 누진제를 적용한다. 최고와 최저단계 간 누진 배율은 11.7배다.
현행 누진제는 저소득층을 보호하고 전력 과소비를 막기 위해 2007년 만들어졌으며 10년 가까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10년간 전력기구 사용이 많아지고 소비행태도 변한만큼 이제는 누진제를 손볼 때가 됐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전기요금 체계를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요지부동이다.
전기요금 자체가 워낙 저렴한 데다가 전력 대란 위기가 현존하는 상황에서 누진제를 완화하는 것은 전력수급에 차질을 가져올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누진제를 개편하면 결국 전기를 적게 쓰는 사람에게서 요금을 많이 걷어 전력 소비가 많은 사람의 요금을 깎아주는 부자감세 구조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누진제 완화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올해 월평균 전력사용량이 100kWh 이하인 가구는 전체의 16.7%를 차지했다. 401∼500kWh의 비중은 4.7%, 501kWh 이상은 1.2%였다.
산업부 관계자는 오히려 ‘전기요금 폭탄’이 무서워서 에어컨조차 못 트는 가정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에어컨을 합리적으로 사용할 때도 요금 폭탄이 생긴다는 말은 과장됐다”며 “에어컨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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