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자료 3억5천으로 늘려…피해자들 “여전히 미흡”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옥시가 위자료를 높인 새 배상안을 내놨다.특히 옥시는 기존에 고수하던 ‘보상’이라는 단어 대신 위법행위에 따른 손해가 발생했을 때 쓰는 ‘배상’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며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일부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배상안이 여전히 다양한 피해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RB코리아) 대표는 26일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가습기 살균제 1·2등급 피해자와 가족 등 약 150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사과·배상 설명회를 열었다.
사프달 대표는 “피해자분들의 슬픔이 얼마나 큰지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힘드시겠지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도움을 드리고 싶다”며 허리 숙여 사과했다.
옥시는 이날 내놓은 새 배상안에서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를 3억5천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가족들이 겪었을 고통을 위로하기 위해 액수를 기존 배상안의 1억5천만원보다 높였다는 게 옥시의 설명이다.
피해자의 과거 치료비와 향후 치료비, 일실수입(다치거나 사망하지 않았을 경우 일을 해 벌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수입) 등은 이전과 동일하게 산정해 배상한다.
앞서 옥시는 한국 법원이 교통사고·산업재해 사망 시 위자료 기준액을 1억원으로 정한 것을 바탕으로 가습기 살균제 사망 또는 100% 상해 피해자의 경우 1억5천만원, 다른 1·2등급 피해자의 경우 1억원 이상의 위자료를 배상하겠다고 밝혔지만 피해자 측은 수용을 거부했다.
이견이 컸던 영유아·어린이의 사망·중상 사례의 경우는 일실수입을 계산하기 쉽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배상 총액을 10억원으로 책정하기로 했다.
다만, 경상을 입었거나 증세가 호전된 경우는 성인과 같이 치료비·간병비·일실수입·위자료 등을 따로 산정해 지급하겠다고 옥시는 설명했다.
옥시 제품을 포함해 복수의 가습기 살균제를 쓴 경우는 옥시가 먼저 배상하고, 추후 해당 업체에 비용을 청구해 피해자가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옥시는 덧붙였다.
기존 안보다 다소 확대된 배상안이지만 피해자들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신 기간 가습기 살균제를 써 피해를 본 한 여성은 “아이를 낳고 음악학원을 차릴 계획이었지만 임신 당시는 주부였다”며 “산모 피해 사례가 많은데 이럴 경우 일실수입을 어떻게 산정해 배상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아내가 폐 이식수술을 받았다는 참석자는 “국내에서는 폐 이식을 받고 가장 오래 산 사람도 10년을 못 산 것으로 안다”며 “이런 사례는 ‘중상’이라고 표현하는 것보다 더 심각하다. 아내를 간호하느라 (남편이) 일자리를 잃은 점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신 중 산모가 태아와 함께 사망한 경우, 산모가 호흡이 힘들어 유산한 경우, 옥시 제품을 사용한 뒤 3·4등급 판정을 받은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지적이 이어졌다.
사프달 대표는 이에 대해 “다양한 사례를 충분히 고려하도록 노력하겠다”며 “(피해자와 유가족의) 의견을 충분히 듣기 위해 개별적으로 다시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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