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사드 배치 논의, 한중 경제관계에 영향 줄까

한미 사드 배치 논의, 한중 경제관계에 영향 줄까

입력 2016-02-10 10:12
수정 2016-02-10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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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제4차 핵실험에 이은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가 한반도를 포함하는 동북아 지역을 새로운 냉전 국면으로 내몰고 있는 양상이다.

우리 정부가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북한 장거리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도입 논의를 공식화하자 중국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에 대해 자국 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여기는 중국은 한미 간의 사드 배치 논의가 구체화될 경우 가만히 있지 않을 태세다.

이런 분위기로는 박근혜정부 들어 양국 정상 간의 잦은 접촉으로 밀월관계가 강화된 외교 부문에서의 관계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일각에선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한 양국 간의 경제교류 채널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 중국 언론, 보복 대응 암시…양국 경제관계에 악영향 우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 조치로 한미 당국이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논의에 공식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 지난 7일 중국 정부는 즉각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미 간의 사드 논의에 대해 “한 국가가 자신의 안전을 도모할 때에는 다른 국가의 안전이익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화 대변인이 언급한 ‘다른 국가’는 바로 자국(중국)임일 알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이튿날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를 불러 공식 항의하는 등 외교적 액션까지 동원해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천명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8일 자 사설에서 “한국의 (사드 배치 관련) 결정은 동북아 안보정세가 더욱 복잡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전략적 단견”이라고 비판했다.

환구시보는 앞서 한국이 사드를 배치할 경우 보복 조치를 암시하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환구시보는 지난달 27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사드 배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과 관련한 사설에서 “한중 간 신뢰가 엄중한 손상을 입게 될 것이고, 한국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해야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중국 정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는 점을 고려하면 사드 배치가 현실화할 경우 중국 정부가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는 경고 메시지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중국은 과거에도 인접국가와 정치·외교·경제적 분쟁을 겪을 때 자국이 거대 수출입 시장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앞세워 상대국에 경제적 보복조치를 불사한 적이 많다.

이 때문에 환구시보의 경고를 가볍게 넘기기에는 께름칙한 구석이 있는 게 사실이다.

비근한 예가 2000년 한중 간에도 있었다.

한국 정부가 농가 보호를 명분으로 중국산 냉동 및 초산 마늘에 적용하는 관세율을 10배 이상으로 올리면서 촉발된 ‘마늘 파동’ 당시 중국은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보복조치를 단행했다.

이는 국제법까지 어긴 초강수였지만 한국 정부는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의 대중국 수출을 포기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결국 마늘에 대한 관세율을 이전 수준으로 되돌릴 수밖에 없었다.

중국은 또 2010년 10월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劉曉波)에게 노벨평화상을 준 노르웨이에는 연어 수입 중단으로 보복했고, 2012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의 상대국인 일본에는 일본이 필요로 하는 희토류 수출 중단 조치로 대응한 바 있다.

◇ “中 비관세장벽 문제 생기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국과 중국은 현실적으로는 정치·외교 부문보다 경제 부문에서 더 긴밀하게 묶여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4분기에 한국의 대중국 무역액은 756억 달러로 일본과의 무역액(717억 달러)보다 39억 달러 많았다.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의 2위 무역 대상국으로 올라선 것이다.

올해부터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돼 한중 간 교역은 더 확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이르면 올 상반기부터 서울 외환시장뿐만 아니라 중국 상하이 외환시장에서도 한국 원화와 중국 위안화를 직거래할 수 있게 되는 등 실물 부문 외에 금융 분야에서의 협력 관계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 주도로 창설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도 3.81%의 지분율로 참여해 5개의 부총재 자리 중 하나를 맡는 등 중국과 경제협력 부문에서 찰떡 공조를 과시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부문에서의 경제 관계가 나빠지면 힘들어할 쪽은 중국보다는 한국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지난해 발생한 메르스 사태는 이런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 한 사례다.

메르스 때문에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이 한국행을 피하고 일본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한국 관광산업이 타격을 받았고, 이는 미미하게나마 경제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중 경제관계가 악화해 중국이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할 수 있는 비관세 장벽이 높아지기라도 하면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는 수출은 더 위축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사드 배치 여부가 논의 단계인 만큼 최근의 신냉전 분위기로 한중 경제관계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지에 대해서는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한반도에 사드 배치를 추진할 경우 중국이 경제적 보복을 할 것이란 일각의 지적에 대해 “(중국이 사드 논의에) 우려를 표명한 것 외에는 (경제보복 등과 관련한) 구체적 사안에 대해 듣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 한 정부 관계자는 “아직 중국과의 경제 협의 채널에서 사드와 관련한 대응이 감지된 바는 없다”고 확인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대(對) 중국 수출이 전체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높아서 북한 문제로 한중 외교관계가 틀어져 경제관계가 조금이라도 영향을 받게 되면 큰 부담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신중하게 국제정세의 흐름을 지켜보고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중국의 경제적 보복 가능성 등 위험요인에 대해서는 경제뿐만 아니라 외교·안보 부처를 망라하는 범정부 차원에서 다각도로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오늘날의 중국은 과거와 다르다”면서 중국 당국이 외교·안보 부문의 이슈를 문제 삼아 경제적으로 대응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준비는 해야 한다”며 “사드는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체계로 논의되고 있는 만큼 경제·통상 분야의 문제로 비화하지 않도록 하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작년 말 발효됐지만, 중국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비관세장벽이 더 많다”며 “이런 영역에서 우리 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정부 당국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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