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은행권 대신 보험사로 갈아탈까

주택담보대출 은행권 대신 보험사로 갈아탈까

신융아 기자
신융아 기자
입력 2015-12-24 23:02
수정 2015-12-2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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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 가이드라인 적용 시기 달라… 은행 내년 상반기 - 보험 하반기

# 서울에 사는 30대 직장인 박모씨는 올해 초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서 은행 대신 보험사를 찾았다. 주거래은행에서 우대금리 혜택을 다 더해도 보험사 대출 금리가 0.1% 포인트 더 낮았기 때문이다. 박씨는 3억원을 5년 만기에 연 3.3% 고정금리로 빌렸다. 원금의 절반까지는 중도상환 수수료가 없다는 점도 이점이었다. 박씨는 “내년에 보험권도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지면 만기 연장이 어려워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걱정했다.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내년 2월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소득 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최근 보험사에 대출 문의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은행과 대출 조건이 비슷하면서도 주택담보대출 심사 가이드라인 적용 시기가 내년 하반기로 은행보다 늦기 때문이다. A보험사 여신 담당자는 “최근 부동산 매매 물량이 줄었다는데도 대출 관련 문의는 20% 정도 늘었다”면서 “특히 신용등급이 좋은 우량 고객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보험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7% 수준으로 높지 않지만 금융 당국이 풍선 효과를 우려하는 이유는 고객군이 비슷한 데다 매년 보험사의 대출 비중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 9월 말 기준 보험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4조원으로 지난해 말(30조원)과 비교해 11% 이상 증가했다.

대출 한도나 대출 심사 과정은 은행과 비슷하지만 소득 심사 시 신고소득(카드사용액, 매출액 등)도 포함하는 등 소득 인정 범위도 조금 더 넓다. 금리도 은행권과 비슷하거나 소폭 낮다.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는 손해보험사 7곳과 생명보험사 9곳의 11월 평균 금리는 각각 2.89~3.75%, 2.94~4.59%였다. 은행들은 대부분 3%대 이상으로 금리를 올렸다. 은행이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상품만 있는 반면 보험사는 1·3·5·10년을 주기로 갱신할 수 있는 국고채 금리 연동 상품도 취급한다. 또 3년 이내에 상환할 경우 은행은 남은 원금에 대해 1.5% 안팎의 중도상환 수수료를 물리지만, 보험사들 중에는 중도상환 수수료가 적거나 없는 곳이 많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은 가장 안정적인 자산 운용처다. 주택이라는 담보가 확실하기 때문에 부도 위험이 적은 데다 국고채와 비교해서도 수익률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산운용이 어려워진 보험사들이 주택담보대출 영업을 강화하면서 보험권의 관련 리스크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면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보험권도 가이드라인 적용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5-12-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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