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한 반응속 대부분 논평 자제…부정적 언급 안 나온 것에 안도
재계가 박근혜 대통령의 기업인 가석방 관련 발언이 당초 기대에는 다소 미치지 못한 것으로 해석하면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박 대통령은 1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업인 가석방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 기업인이라고 특혜를 받는 것도 안 되겠지만, 기업인이라고 역차별을 받아서도 안 된다”고 답했다.
또 “국민의 법감정과 형평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법무부가 판단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계는 박 대통령이 가석방과 사면에 대해 원칙적인 입장을 표명했을 뿐 별달리 진전된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이 기업인 선처의 필요성을 제기한 데 대해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고 여론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차원에서 원칙론으로 답했기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이 장기간 수감 중인 SK그룹은 이렇다할 입장 발표를 하지 않은 채 말을 아꼈다.
SK 측은 “원칙적인 입장을 다시 확인한 걸로 보인다. 어려운 경제여건을 고려할 때 경제위기 극복에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인 가석방 및 사면에 대해 여론이 심상치 않은데도 부정적인 언급이 없었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간부는 “기업인 선처가 부담스럽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비치지만 이를 전향적으로 해석해 기업에 희망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CJ그룹은 아직 이재현 회장의 최종심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어서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다만 내심으로는 박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를 강조하고 있으니 기업인 사면·가석방과 관련해 좋은 국면이 형성되길 바라는 분위기이다.
CJ 관계자는 “지금은 (이 회장) 상고심과 건강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이 가석방 요건을 채운 LIG 그룹 측도 기업인 사면과 관련해 “(구 전 부회장이) 자숙하면서 성실하게 복역 중인 것으로 안다. 가석방과 관련해 특별히 언급할 내용은 없다”며 언급을 피했다.
현재 구속 수감 중인 기업인 가운데 법정 형기 3분의 1을 채워야 하는 가석방 요건을 충족시킨 기업인은 최태원 회장, 최재원 SK 부회장과 구 전 부회장 등이 꼽힌다.
효성그룹은 조석래 회장에 대한 1심 재판이 현재 진행 중에 있어 가석방이나 사면 대상과 관련이 없는 만큼 박 대통령 발언에 대해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기업인에 대한 가석방이나 사면이 이뤄지고 이것이 다시 경제살리기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선순환 구조가 구축될 경우 조 회장이나 효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기업인이라고 특혜를 받는 것도 안 되겠지만 역차별받아서도 안 된다는 원칙론에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가석방 및 사면이 실제 단행될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업인 가석방에 대해 직접적인 논평을 자제했다.
최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최태원 회장의 가석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상의의 공식 입장은 아니고 박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언급한 견해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박 회장은 최 회장의 경우 이미 사법적 판단이 끝났고 남은 형기를 채우는 것보다 SK를 위해 일하는 게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 개인적으로 언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사회단체와 시민사회에서는 기업인 가석방에 대해 “법무부가 판단하면 될 것”이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잇따라 비판했다.
재벌개혁 논객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대통령은 가석방이 법무부 장관의 소관사항이라며 원론적인 얘기만 내놓아 ‘틀렸다, 맞았다’라는 말은 의미가 없다”며 “일반 국민은 재벌총수를 풀어주는 사면과 가석방의 차이를 못느낀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국민의 법감정과 법 앞의 평등을 조화시켜 가석방을 결정하는 판단은 고도적 정치적 판단”이라며 “이같이 민감한 결정은 국정 책임자인 대통령이 내리는 것이 맞는데 법무부에 미루는 것은 무책임한 발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근용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협동사무처장은 “기업인 가석방 여부를 법무부 장관이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법무부 장관의 임면권자인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으로 밖에 안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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