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 요청 153건 중 114건 수용…정부 “경제 재도약 계기될 것”전문가 “각 소관 부처의 집행 의지·능력 중요”
정부가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규제개혁 1년의 성과물을 내놓았다.정부 관계자는 28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증대와 내수침체 장기화 우려라는 대내외 경제위기 속에서 한국 경제가 살아나려면 규제개혁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경제단체의 건의를 적극 수용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경제단체의 규제개혁 건의내용 3분의 2를 받아들였다. 이를 통해 건당 많게는 수천억원의 투자를 창출하고 일자리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개혁 의지와 추진력에 따라 성과가 좌우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역경제 활성화하고 한국 찾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
정부는 이날 민관합동 회의를 열어 8개 경제단체가 지난달 건의한 153건의 규제 기요틴(대규모 규제개혁 방식) 과제 중 114건을 개선해나가기로 했다.
23건은 추가로 논의키로 했고 16건은 수용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114건은 크게 투자·일자리 창출 개선과제, 미래산업·기업혁신 유발 개선과제, 시장진입 저해 개선과제, 기업부담 완화 개선과제, 산업인프라 구축 및 행정지원 과제 등 5가지로 분류된다.
정부는 각 규제개혁이 성공적으로 수행됐을 경우 기대효과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투자·일자리 창출 개선과제를 살펴보면 정부는 관광단지 내 휴양형 주거시설 등 다양한 시설입지를 허용하도록 규제를 개혁하면 내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4천억원의 투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노후 산업단지 구조고도화 사업의 시행가능 면적이 늘어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경제자유구역 내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설립요건을 완화하면서 외국인 의료관광이 활성화할 것으로 봤다.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한 경기장의 장기임대와 민간투자를 허용하면서 프로구단 등을 통한 이익 창출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포공항의 국제선 자가이용 전세편의 좌석기준 상향으로 개인용 전세기 시장이 보다 활성화하고, 녹지·관리지역 내 중소기업 공장에 대해 한시적 건폐율을 완화하면서 공장 신·증설로 투자·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봤다.
문화재를 이용한 관광을 허용하면서 한국을 찾는 외국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미래산업·기업혁신 유발 개선과제 중에서는 인증제도 개선, 정책자금 융자 허용 등이 눈에 띈다.
디지털 헬스기기 등 융합 신제품에 대한 인증제도 개선으로 인허가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줄어들어 업체들이 보다 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SK텔레콤, KT 등의 전화요금 인가제가 개선되면 통신상품의 가격경쟁이 활성화해 소비자에게 이익이 돌아갈 것으로 전망됐다.
아울러 정부는 숙박·음식점업에 대한 벤처기업 인정과 정책자금 융자 허용으로 관광 서비스 산업이 보다 활기를 띨 것으로 내다봤다.
◇규제로 인한 기업의 시간·비용 절감
시장진입 저해 개선과제로는 대기업의 면세점 진입제한 완화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에 많은 돈과 시간을 쓰는 것을 감안하면 이 규제개혁이 관광객 증가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과 보험적용이 확대되면서 양·한방 협진을 통해 한의 산업이 보다 과학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감기약 같은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장소를 24시간 편의점 이외의 장소로 확대하면 국민의 불편이 덜어질 것으로 봤다.
기업부담 완화 개선과제는 주로 기업이 사업활동을 하면서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원산지 증명서 검증절차가 개선되면서 수출국이 증명서를 늦게 보내는 것에 따른 한국 기업의 피해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테마파크 안에 있는 식당의 구조제한 개선으로 기업들은 다양한 구조와 형태의 식당을 만들 수 있게 됐다.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지연 문제가 해소되면 공장설립과 관련한 인허가 절차가 간소화해 기업이 신속하게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 신용보증재단 간 보증연계를 허용하면서 중소기업이 다른 시·도로 이전한 경우에도 보증 지원이 끊기지 않게 됐다.
또 보증기관들이 부당하게 보증을 거절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회생기업이 재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했다.
산업단지 내 직장 어린이집 건립과 관련한 공원시설 면적 규제 완화로 직장인들이 일과 양육을 병행하면서 겪는 어려움이 덜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제 등 23건은 추가 논의
정부는 경제단체들이 규제개혁을 요구한 153건 중 16건은 수용이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해당 건들은 이미 공론화 절차를 거쳐 확정된 제도여서 변경이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규제 완화시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있는 사안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정부가 추가 논의하기로 한 과제는 23건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책 목적이 서로 충돌하거나 경제주체 간 이해관계 대립으로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들”이라고 밝혔다.
추가 논의가 필요한 과제에는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에 대한 대기업 진입제한 완화, 배임죄 구성요건에 경영판단 원칙 도입, 수도권 유턴 기업에 대한 재정지원 허용, 업무성과 부진 자에 대한 해고 요건 확대, 외국인근로자 고용제도 개선 등이 포함됐다.
이중 고용규제와 관련한 사안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현재 노사정위원회에서 정부와 이해관계자가 논의 중”이라며 “노사정위원회 틀 안에서 합리적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와 관련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추가 논의를 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번에 마련한 규제개혁 방안들이 충실히 실행으로 옮겨져야만 목표대로 경제살리기로 연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규제개혁 방안을 발표한 것이 단순한 선언적 의미에 그치지 않고 효과를 발휘하려면 각 소관 부처의 집행 의지와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정부가 경제단체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차원에서 규제개혁을 일괄 처리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추가 논의될 23건은 합리적 범위 내에서 규제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