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SSAT는 학점 3.0 넘으면 응시…필기 앞서 관문 생긴 셈직무적합성 평가 탈락자 규모 따라 취업준비생 체감도 갈릴 듯
삼성그룹이 올해 초 대학 총장의 추천을 받아 인재를 뽑는 새 채용제도를 내놓자, 대학가에서는 “삼성의 대학 줄세우기”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삼성은 얼마 안 가 총장 추천제를 철회했다.이번에는 직무적합성 평가가 과연 서류전형의 부활이냐, 아니냐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삼성의 설명에 따르면 직무적합성 평가는 직종별로 다르게 한다.
인문계열 지원자가 많은 영업직과 경영지원직의 경우 지원할 때 직무 에세이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공계열 지원자가 다수인 연구개발·기술직과 소프트웨어 직군은 전공능력을 측정하는 이수과목 수와 과목 난이도, 성적을 종합 평가한다.
문제는 ‘삼성 고시’로 불리는 입사 필기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응시 자격을 주기 전에 하나의 통과 관문이 생겼다는 데 있다.
그동안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과 어학 성적만 갖추면 누구든 SSAT를 볼 수 있었다. 연간 응시자 규모가 20만명에 달해 입시과열 양상이 펼쳐졌던 것도 이 때문이다.
기존의 SSAT 응시자격은 학점 전 학년 평균 4.5 만점에 3.0 이상, 어학성적은 토익스피킹 레벨 4∼7(계열사별로 차이), 오픽 등급 NH∼IH 정도였다.
학점이나 어학성적 모두 응시자격이 높은 편이 아니어서 웬만큼 취업준비를 한 지원자는 SSAT를 볼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직무적합성 평가라는 전형절차가 생기면서 SSAT 응시자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삼성은 직무적합성 평가를 통해 몇 배수가 선발될지에 대해 “채용규모나 지원자 수준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회사별로 결정하기 때문에 전체 규모를 일률적으로 몇 배수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취업준비생들은 이 대목에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직무적합성 평가를 통해 걸러내는 지원자 숫자가 많을수록 필기시험 응시자 수는 줄게 되고, 새로 도입된 이 평가의 위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대학가에서는 “무서류전형이라는 삼성만의 특성이 사라졌다”는 탄식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은 전형 단계가 늘었을 뿐 열린 채용의 기조는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삼성 관계자는 “전공능력과 직무역량이 뛰어난 지원자가 SSAT를 통과하지 못해 면접 기회조치 얻지 못하는 불합리함을 개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SAT 시험장에 가면 결시율이 상당한 비율인 데다 ‘허수’ 지원자가 많아 이번 기회에 과열 양상과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쪽으로 채용제도 개편이 잘 이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와 반대로 결국 시험조차 보지 못하게 하는 진입 장벽이 생겼다는 불만도 쉽게 수그러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직무 에세이를 통한 정성 평가를 어떻게 공정하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삼성은 지원자 신상정보를 가린 블라인드 테스트로 복수의 현직 직원들이 평가에 참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1박2일·풀데이 등의 심층 면접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직무적합성을 가려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연구개발·기술직 등의 전공능력 측정도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에 변별력을 갖고 대응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