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공시·분리요금제 등은 정상 시행…실효성 확보가 관건
단통법에서 분리공시제 제외…시장 혼란 예상
왜곡된 이동통신시장 질서를 바로잡으려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24일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단통법의 핵심인 분리공시제를 제외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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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공시제는 전체 보조금을 구성하는 이동통신사 지원금과 제조사 장려금을 따로 공시하는 것으로, 소비자에게 지급되는 보조금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다.
하지만 분리공시제 제외로 단통법이 ‘반쪽’으로 전락함에 따라 법 취지가 퇴색하는 것은 물론 시장에서의 약발도 크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 마지막 화두 분리공시제 결국 ‘단통법’ 발목
분리공시제는 지난달 초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분리공시제를 단통법 하부 고시안에 포함할지를 결정할 때부터 논란이 된 사안이다.
단통법 12조는 이통사업자가 휴대전화 단말기의 판매량 및 출고가, 이통사 지원금, 단말기 제조사의 장려금 등에 대한 자료를 정부에 제출하되 제조사별로 장려금 규모를 알 수 있도록 자료를 작성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제조사의 장려금을 대외에 공개해서는 안된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방통위는 이러한 법적인 논란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이통시장의 불법 보조금 경쟁을 최소화하고 소비자의 알권리 보호한다는 대의명분을 앞세워 분리공시제 도입을 적극 추진했다.
하지만 이처럼 상위법인 단통법과 하부 고시가 서로 상충된다는 점이 결국 이날 규개위 심사를 넘지 못한 주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회의에 참석한 법제처도 이 부분을 강조하며 분리공시제 도입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분리공시제는 이통사와 단말기 제조사 간 전선이 뚜렷하게 형성된 사안이었다.
이통사는 분리공시제가 단말기 출하가 인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일찌감치 찬성 입장을 천명한 반면에 국내 최대 단말기 제조사인 삼성전자는 마케팅 비용 등 영업비밀이 노출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여기에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내수 경기 진작과 단말기 수출 확대에 걸림돌이 된다며 삼성전자 편을 들고 나서면서 부처간 갈등으로 전선이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분리공시제가 무산되면서 당장 분리요금제 시행이 큰 난관에 부딪혔다.
분리요금제는 이통사를 통해 단말기를 새로 사지 않고 중고 휴대전화를 쓰거나 인터넷 등에서 자체적으로 단말기(자급 단말기)를 산 소비자에게도 보조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혜택을 주는 것이다. 과도한 단말기 교체를 예방하려는 취지다.
다만 이를 제대로 시행하려면 분리공시제가 필요조건이었다. 전체 보조금 가운데 이통사 지원금 규모를 알아야 할인요금 요율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자체적으로 이통사의 지원금 액수를 파악하는 계산법을 마련해 분리요금제의 실효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이에 따른 정책적 비용 부담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류제명 미래창조과학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분리요금제를 시행해야하지 않겠냐”며 “분리공시제 제외가 전체 단통법의 취지와 효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도록 남은 기간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 ‘호갱님’ 양산하는 기형적 단말기 유통구조 바뀔까
규제개혁위는 분리공시제를 제외한 나머지 단통법 내용에 대해 ‘3년 후 재검토’라는 단서를 붙여 사실상 원안 그대로 통과시켰다. 일몰 기간을 설정한 것은 법 시행 이후 시장 변화 상황을 고려해 법 개정을 검토하라는 것이다.
단통법의 주목적은 보조금 중심의 왜곡된 시장 구조를 바꾸고 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가계 통신비를 절감하겠다는 목표 아래 제정됐다.
인터넷상에서는 제값을 주고 휴대전화 단말기를 산 사람에 대해 ‘호갱님(호구 고객님)’이라는 별칭을 붙인다. 단말기 가격이 지역이나 대리점·판매점, 구매시기에 따라 많게는 70만원까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소비자 간에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이는 불법의 선을 넘나드는 불투명한 보조금제도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이통사들은 월 7만원대 이상의 고가요금제에 한해 불시에 법적 보조금(27만원)을 초과하는 보조금을 뿌려 소비자들이 수시로 값비싼 스마트폰으로 교체하도록 유도한다. 보조금을 받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말기 가격을 최저가에 살 수 있어 좋지만 나머지 소비자들은 부지불식 간에 호갱님이 되고 만다.
이는 고스란히 개인의 통신비 부담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의 가계소비지출 가운데 통신비 비중은 4.3%(작년 7월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최고다. 단말기 평균 공급가도 415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높고 단말기 교체 기간 역시 평균 15.6개월로 세계 1위다.
단통법의 주요 내용을 보면 우선 이통사와 대리점·판매점은 번호이동·기기변경 등 소비자의 가입 유형이나 요금제, 거주지역 등에 따른 부당한 보조금 차별을 할 수 없고 단말기 보조금을 소비자가 알기 쉽게 공시해야 한다.
분리공시 무산으로 소비자가 이통사 지원금과 단말기 제조사의 장려금을 각각 확인할 수는 없게 됐지만 투명한 보조금 공개라는 제도의 기본 골격은 유지된다.
소비자에게 지급되는 휴대전화 보조금은 25만∼35만원 범위 안에서 6개월마다 조정된다. 2010년 이래 27만원으로 고정된 보조금 제도를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어기면 거액의 과태료를 내야 하는 등 불이익이 따른다.
단통법에는 대리점·판매점이 보조금 상한액의 15% 내에서 추가 지원금을 제공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어 소비자는 최대 40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보조금 혜택은 요금제에 비례해 모든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이를테면 10만원대 요금제를 쓰는 소비자가 30만원의 보조금을 받는다면 5만원대 요금제 가입자는 절반인 15만원의 보조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월 7만원 이상의 고가요금제 가입 고객에게만 거액의 보조금을 몰아주던 행태가 더는 지속하기 어렵게 된다. 휴대전화 이용이 많지 않더라도 되도록 많은 보조금을 받고자 비싼 요금제를 택하는 사례도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된다.
분리공시제가 빠져 이통사 지원금액을 뽑아내기 위한 복잡한 작업이 필요하게 됐지만 분리요금제 역시 여전히 유효하다.
분리요금제가 시행되면 저가의 외국산 휴대전화를 ‘직구’하거나 온라인에서 중고 단말기를 구매하는 사례가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이통사 중심의 단말기 공급 구조가 약화하면서 이통사들이 서비스 품질 경쟁에 집중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이밖에 대리점이 판매점을 지정할 때 이통사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사전승낙제’도 법에 포함됐다. 이는 사실상 이통사에 판매점 관리·감독의 의무를 부여한 것이다. 판매점 차원에서 벌어지는 불법 보조금 살포를 방지하려는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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