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외 제조사들도 다소 실망스러워하는 분위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하부 고시에서 분리공시제가 제외된 데 대해 이통사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반면, 삼성전자는 안도하는 분위기를 보였다.이통사들은 단통법의 원래 취지에 비춰 분리공시제가 꼭 필요했는데 무산됐다는 점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일부에서는 이 때문에 단통법의 실효성이나 정착 여부도 가늠할 수 없게 됐다고 논평했다.
SK텔레콤은 “단말기 시장의 투명한 유통질서 확립 등 법의 취지 달성을 위해 분리공시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회적인 요구가 있었다”며 “그럼에도 반영되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아쉬워했다.
KT와 LG유플러스(U+)도 각각 “단통법의 본 취지가 반감돼 고객의 편익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분리공시제는 단통법의 실효성 측면에서 필요한 제도인데도 실현되지 못해 앞으로 단통법이 잘 정착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통사들은 지금까지 시장과열 상황에서 살포된 과다 보조금 중 상당수가 제조사의 판매장려금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통사들은 단말기를 많이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가입자를 유지하면서 새 가입자를 유치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시장 안정상황이 오히려 영업이익 극대화에 도움이 된다.
이 때문에 이통사와 제조사의 보조금을 각기 분리해 고시해야 자신들이 ‘누명’을 벗을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워왔다.
제조사들은 상대적으로 짧게 반응했다. 그동안 분리공시제에 반대해온 삼성전자는 규제개혁위의 결정에 안도하면서 공식적으로 “단통법을 준수하며 법 운영 취지에 맞게 시행도되록 노력하겠다”라고 짧게 공식 입장을 냈다. 반면 분리공시제에 찬성으로 돌아섰던 LG전자는 “정부 정책에 맞춰서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만 답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이외의 휴대전화 제조사는 이번 결정에 대해 조금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 쪽에서는 분리공시제가 도입되면 제조사의 지원금 규모가 공개되고 영업비밀이 노출될 우려가 있었으나, 분리공시제가 제외됨에 따라 이런 우려를 지울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에서 4억9천만대의 단말기를 판매했는데 국내 판매량은 1천300만대로 2.7%에 불과한 상황이다. 해외 이통사가 대당 1만원의 장려금만 추가 요구해도 약 5조원 이상의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등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 당초 분리공시제에 대해 반대였다가 찬성으로 선회한 LG전자를 비롯해 다른 휴대전화 제조사들의 분위기는 다소 실망스러운 눈치다.
국내 시장에서 아무래도 삼성전자의 마케팅 비용을 따라갈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리공시제가 도입돼 제조사의 판매장려금 규모가 공개돼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쓰는 데 대한 견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케팅 비용이 비슷해지면 아무래도 제품 자체를 통한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다른 제조사들은 바라봤으나 분리공시제가 최종 제외되면서 아쉬워하는 기색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만약 스마트폰 1위 업체가 엄청난 규모의 마케팅 비용을 집행해 판매장려금을 쏟아낸다면 여타 업체들이 이를 막아낼 재간이 있겠느냐”며 “결국 대형 업체일수록 유리하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