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에 ‘No’한 포스코…명분보다 실리 선택

국책은행에 ‘No’한 포스코…명분보다 실리 선택

입력 2014-06-24 00:00
수정 2014-06-2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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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패키지’ 인수 포기…권오준 회장 “재무기준이 최우선…과거 영광 되찾겠다”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의 패키지 인수를 포스코 회장으로서 보는 것과 한국철강협회장으로서 보는 데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24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은행의 동부 패키지 인수 제안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토로했다.

포스코 회장으로서는 인수하기에 부담이 크고 철강협회장 입장에서는 중국 업체가 관심을 두고 있어 국부유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동부제철 인천공장을 국가 경제 차원에서 껴안고 싶은 마음이라는 것이다.

그가 내세운 최우선 판단 기준은 포스코의 재무 여건이었다.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의중을 반영한 국책은행의 ‘강력한’ 요청을 기업 입장에서 거절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국민기업이란 이미지가 강한 포스코로선 더욱 그렇다. 재계에선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산업은행은 포스코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산업은행 사모펀드부(PE)가 동부제철 인천공장 지분의 70∼80%를 사고 나머지는 포스코가 인수하되 경영권을 갖는 방식을 제안했다. 동부당진발전을 포함한 동부 패키지의 가격을 1조원 안팎으로 잡을 때 포스코의 부담액은 5천억원을 밑돈다는 계산이 나온다.

권 회장은 인수 비용이 인수 효과에 견줘 크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동부제철 인천공장의 대표 제품인 컬러강판이 포스코강판의 생산제품과 겹쳐 시너지 효과가 없고 수익성도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포스코에너지가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사업권을 가진 동양파워를 인수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는 권 회장이 취임 때 철강사업을 중심으로 에너지사업을 성장의 한 축으로 삼겠다고 밝힌 이후 첫 인수·합병(M&A)이다.

인수가격은 4천311억원이다. 입찰 때 경쟁사보다 1천억원이나 더 써냈다. 앞으로 발전소 건설에 4조원가량이 들어간다.

권 회장은 “앞으로 거둘 시너지 효과에 비하면 인수금액이 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수익성이 밝아 대기업의 진출이 잇따른 석탄발전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이를 토대로 해외 발전시장으로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철강경기 침체의 장기화는 포스코에 큰 부담이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13일 포스코가 처한 상황을 반영해 신용등급 전망을 나란히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포스코 관계자는 “과거와 같은 몸집 불리기에서 벗어나 수익성과 재무구조 분석과 전망을 토대로 신규 사업을 벌이고 구조조정도 할 것”이라며 “동부 패키지를 인수하지 않는 것도 그런 차원”이라고 말했다.

권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경영 임원의 수를 절반 이상 줄이고 조직도 슬림화했다. 프로젝트 중심으로 일하는 방식도 도입했다. 현재 427개의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올해 약 1조원의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수요기업의 요구를 반영해 기술 개발과 마케팅을 융합하는 ‘솔루션 마케팅’, 리튬 등 원천소재 사업의 확대는 포스코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는 분야다.

권 회장은 “과거 포스코의 영광스러운 위치를 되찾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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