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병원 고사’ 우려에 청진기 놓는 의사들

’동네병원 고사’ 우려에 청진기 놓는 의사들

입력 2014-03-09 00:00
수정 2014-03-0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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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책 반발로 저수가 불만 증폭…실제 참여율 주목

의사들이 10일 집단휴진에 나서게 된 배경은 복합적이지만 “안 그래도 살기 어려운 동네병원이 정부의 의료영리화 정책으로 고사하고 말 것이라는 불안감”으로 요약할 수 있다.

낮은 수가에 대한 의료계의 오랜 불만이 원격의료와 투자활성화대책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대한 반발과 맞물린 것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대한의사협회의 대정부협상이 회원들의 기대치에 못 미치고,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던 점 그리고 집단휴진 결정이후 공안대책협의회까지 열고 대응 수위를 높인 정부의 강경 태도도 의사들의 투쟁 의지를 결집시키는데 일조를 했다는 분석이다.

전공의의 가세로 의협의 투쟁에 힘이 실린 가운데 10일 하룻동안의 집단휴진이 어느 정도의 규모가 될 지가 이후 의료계 투쟁의 중요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저수가 오랜 불만에 ‘휴대폰 진료-사무장 병원’ 걱정 겹쳐

의사들의 이번 대정부 투쟁의 불씨가 된 것은 ‘원격의료’였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의료계의 반발 속에서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의료계는 반발의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결집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2만여 명(의협측 집계)의 전국 직역별 의사들이 참가한 가운데 ‘의료제도 바로세우기 전국의사궐기대회’를 열어 투쟁의 동력을 다졌고 이를 바탕으로 총파업을 결의하게된 것이다.

의사들은 원격진료를 ‘휴대폰 진료’라고 지칭하며, 원격진료의 도입으로 오진의 위험성이 커지고 진료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무엇보다도 정부는 우선 의원급을 중심으로 원격의료를 도입한다고 밝혔지만 결국 원격의료가 수도권 대형병원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동네병원 고사를 가져올 것이라는 불안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여기에 의료법인 자법인 허용 등을 담은 투자활성화대책과 보건의료분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이 ‘사무장 병원’을 합법화하고 ‘의료 영리화’를 촉발할 것이라는 인식이 더해졌다.

이처럼 일련의 의료정책이 도화선이 됐지만 그 밑바닥에는 낮은 수가 구조에 대한 오랜 불만이 자리잡고 있다. 의사들은 37년간 지속돼온 정부의 저수가 정책 때문에 비급여 진료로 부족분을 채워야하는 비정상적인 구조로 내몰렸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문을 닫는 병원이 3년새 20∼30% 증가하고 전체 개인회생 신청자의 40%가 의사일 정도로 의사들의 소득이 과거보다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결국 저수가 구조를 상쇄할 만한 대책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동네병원들은 일련의 의료 정책으로 병원 양극화가 가속화하면 동네병원은 고사하고 말 것이라는 절박함에 집단휴진이라는 투쟁카드를 택하게 된 것이다.

◇ 어설픈 대정부 협상·정부 강경 대응에 투쟁의지 커져

지난 1월 의사협회가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곧바로 정부에 대화를 제의해 의·정협의체가 꾸려졌을 때만 해도 양측 모두 3월 집단휴진까지는 이르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는 상태였다.

의협과 복지부는 의료발전협의회를 구성해 한달간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지난달 18일 공동 기자회견 형식으로 협의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에는 원격의료는 국회에서 논의를 이어가고 의료계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보건의료 분야를 제외시켜달라고 건의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전반적으로 의협이 당초 요구사항보다 크게 물러난 지점에서 타협하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는 의협 안팎에서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협의 결과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며 비대위원장 자리를 내놓았고 보건의료단체들도 ‘밀실 야합’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의협 지도부의 내분 양상도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은 오히려 회원들의 투쟁의지를 키워 이후 진행된 집단휴진 찬반 투표에서의 투표율과 찬성률(76.69%)을 끌어올리는 작용을 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연일 강도 높은 대응 방침을 밝힌 것도 회원들의 참여 의지를 북돋웠다는 분석이다. 당초 10일 집단휴진에는 동참하지 않을 방침이었던 전공의들이 8일 회의에서 전격적으로 동참으로 선회한 것도 “정부가 의사들을 잠재적인 범죄집단으로 몰고 있다다”는 데 대한 반발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 전공의 동참이 참여율 높일까

막판 전공의의 가세로 일단 집단휴진 규모는 당초 예상보다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병원협회까지 가세했던 2000년 대규모 집단 휴·폐업과는 달리 의원급 위주이기 때문에 파급 효과도 비교적 작겠지만 2012년 포괄수가제 적용 당시의 토요 휴진보다는 의원들의 참여율(정부 집계 최대 36%)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방상혁 의협 투쟁위원회 간사는 “전공의들의 경우 대표자들이 모여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며 “개원가도 정부 강경 대응에 자극 받아 동참 열기가 높기 때문에 참여율이 70% 이상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권덕철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전공의들의 10일 동참은 일단 단결력을 보여주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며 “자체 조사 결과 빅5 병원 가운데 한 군데 정도를 제외하고는 전공의들이 10일 휴진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권 정책관은 “당초 건강보험공단 등을 통해 파악한 의원의 휴진 참여율은 20∼30% 수준이었지만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답한 의원이 많아 신빙성이 높지는 않다”며 “실제 참여율은 이보다 다소 높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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