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체육관 준공후 6년간 한번도 안전점검 안받아

붕괴 체육관 준공후 6년간 한번도 안전점검 안받아

입력 2014-02-18 00:00
수정 2014-02-1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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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규모 이하 체육관·시설물 ‘관리 사각지대’ 지적 ”운영사 안전불감증이 대형 인명사고 불러”

17일 붕괴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이 2009년 준공 이후 한 번도 공식적인 안전점검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리 대상에서 제외돼 있는데다 운영사의 관리 소홀로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안전행정부와 코오롱그룹 등에 따르면 코오롱그룹이 소유한 마우나오션리조트의 콘도는 ‘시설물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2종 시설물로 분류된다.

특별법에서는 관리 대상 건축물을 1종과 2종 두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1종은 21층 이상, 연면적 5만㎡ 이상, 2종은 16층 이상, 연면적 3만㎡ 이상인 건축물이 해당한다.

마우나오션리조트의 콘도는 작년 11월 정기점검을 받았고, 정밀점검은 2012년 6월 마지막으로 받았다.

당시 콘도의 안전등급은 C등급으로 분류됐다. A(우수), B(양호), C(보통), D(미흡), E(불량) 등으로 나뉘는 등급에서 D등급 이하 진단을 받으면 일정 기간 안에 보수·보강을 해야 한다.

하지만 붕괴사고가 발생한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은 체육시설로 분류돼 있어 특별법에 따른 안전진단 대상이 아니다.

특별법 관리 대상은 정부가 지정하는 전문기관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안전점검과 정밀안전진단을 받아야 하지만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은 이런 의무가 없었다.

특별법 관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건물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지자체나 소유주의 책임하에 안전점검을 해야 한다.

그러나 사고가 일어난 체육관은 지자체 점검 대상에서도 빗겨갔다.

기본법에서는 5천㎡ 이상 건물을 안전점검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2009년 9월 경주시로부터 준공 승인을 받은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은 연면적 1천205.32㎡로 기준에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리 책임이 철저하게 코오롱에 있었다. 결국 소유주인 코오롱이 눈이 많이 내린 상황에서 붕괴 사고 등에 대비한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주시 관계자는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은 현행법상 안전관리 대상이 아니어서 2009년 사용승인 이후 한 번도 안전점검을 한 기록이 없다”며 “법적으로 건물주에게 관리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외부기관에 의뢰한 점검은 없었지만, 리조트 관리팀에서 매월 한 차례씩 정기적으로 건물의 안전과 소방 등에 관한 내부 점검을 벌여온 것으로 파악됐다”고 해명했다.

일상적인 자체 점검만 했을 뿐 외부 전문기관에 의한 안전진단은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폭설 등 자연재해에 대한 대비 역시 취약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경주 지역에는 최근 1주일 동안 평균 50㎝가 넘는 눈이 내렸다. 통상 눈이 1㎡의 면적에 50㎝가량 쌓이면 눈 무게만 평균 150㎏가량 되는 점을 고려하면 붕괴한 체육관 지붕에는 무게 180t가량의 눈덩이가 올려져 있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운영사 측은 지붕의 눈을 치우지도, 사고 위험을 따져보지도 않은 채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 행사를 유치해 화를 키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례 없는 폭설로 시설물 안전이 우려되는데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은 운영사의 안전 불감증이 사고를 불렀다”며 “설령 평소 사용하는 데 이상이 없는 수준으로 건물 관리를 해왔다고 해도 이번 사고 책임을 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처럼 현행법의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건축물이 있을 수 있다며 법령 정비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구조물진단연구원의 김동환 연구원은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건물일지라도 시설물안전관리특별법과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상 진단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셈”이라며 “법적인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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