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현·윤주화 에버랜드 이동…사업구조 개편 마무리삼성전자 ‘3톱’ 유지…금융·건설 부문 물갈이’변화’보다는 ‘안정’에 방점…최지성 체제 안정화
삼성그룹이 2일 삼성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사업 인수 완료 시점에 맞춰 사장단 정기인사를 단행했다.이번 인사로 올 하반기 본격화된 삼성그룹의 사업구조 개편 작업은 일단락된다.
세계 IT·가전 시장을 제패한 삼성전자의 성공 경험을 계열사로 확산하기 위한 핵심 인력의 자리이동이 두드러진다.
아울러 올해도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성과주의 원칙에 따른 인재 중용이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세팅한 소비자가전(CE)·IT무선(IM)·부품(DS) 등 3대 부문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
올해 삼성 사장단 인사는 내년 불투명한 경기 등을 고려해 ‘변화’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둔 것으로 평가된다.
◇ 이서현 승진…사업구조 개편 마무리
이서현 제일모직·제일기획 부사장이 예상대로 사장으로 승진했다. 2010년 말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3년 만이다.
이와 함께 지주사인 삼성에버랜드로 자리를 옮겨 패션부문 경영기획 업무를 총괄하고, 제일기획에서도 한층 비중이 있는 경영전략부문장을 맡게 됐다.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하고 제일모직에서 10년 넘게 패션사업을 이끌어온 경영 역량을 인정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제일모직 패션사업총괄 대표이사를 맡았던 윤주화 사장도 삼성에버랜드 대표이사 겸 패션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에 따라 삼성에버랜드는 기존 김봉영 대표이사 사장이 리조트·건설 부문을, 윤 사장이 패션 부문을 각각 담당하는 이원체제로 운영된다.
삼성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사업 인수 작업은 하루 전인 1일 완료됐다.
제일모직은 패션사업 양도로 확보된 자금을 전자재료·화학 분야에 투자해 첨단 부품소재기업으로 변신한다. 삼성에버랜드는 패션사업을 인수하는 대신 급식업을 별도 자회사인 삼성웰스토리로 분리하고 건물관리업은 에스원으로 넘겼다. 삼성SDS는 삼성SNS를 흡수합병한다.
이 같은 사업구조 개편을 삼성 오너가 삼남매를 주축으로 하는 경영권 승계의 정지작업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삼성 측에서는 이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부회장 승진 물망에 올랐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지난해 부회장 승진을 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자리를 지켰다.
◇ 삼성전자 DNA 전파…성과주의 인재 중용
부품소재기업으로 변신하는 제일모직의 신임 대표이사 사장에는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사업을 끌어온 조남성 부사장이 임명됐다.
삼성SNS를 합병해 새출발하는 삼성SDS의 신임 대표이사에는 전동수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이 선임됐다.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지속하는 삼성전자의 ‘성공 DNA’를 계열사로 전파해 경영 혁신을 이루기 위한 포석이라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에 원기찬 삼성전자 부사장이,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 사장에는 이선종 삼성전자 사장이 임명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경영 성과에 따라 신상필벌하는 성과주의 인사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삼성전자의 김영기 부사장과 김종호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8명의 사장 승진자 가운데 5명이 삼성전자에서 나왔다.
김기남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이 전동수 사장의 뒤를 이어 삼성전자의 메모리사업부를 맡게 됐으며,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직은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물려받았다.
반면 경영 실적이 부진한 금융·건설 부문에서는 물갈이 인사가 이뤄졌다.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카드·삼성벤처투자 등 주요 금융계열사 4곳의 대표이사가 한꺼번에 교체됐다.
삼성물산은 건설 부문을 이끌어온 정연주 삼성물산 대표이사 부회장이 고문으로 물러나고 후임에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이 선임됐다.
삼성전자 등에서 수혈받은 새로운 리더십으로 경영을 일대 쇄신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 삼성전자 ‘3톱’ 체제 유지
삼성전자는 당분간 현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예상했던 CE부문장인 윤부근 사장과 IM부문장인 신종균 사장은 승진 없이 자리를 지켰다. DS부문장인 권오현 부회장도 자리를 유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권오현 부회장 ‘1톱’에서 권오현 부회장·윤부근 사장·신종균 사장 3인이 각자대표로 각 사업부문을 이끄는 현재의 ‘3톱’ 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이는 장기화되는 세계 경기침체와 급변하는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무리하게 큰 변화를 꾀하기보다는 최상의 성과를 내고 있는 현재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절묘한 팀윅을 유지해나가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올해 삼성그룹의 사장단 인사는 대체로 큰 틀을 유지하는 가운데 성과를 낸 곳은 보상을 하고 경영 역량이 모자란 곳은 보강하는 안정적인 인사를 실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사장 승진자는 8명으로 지난해(7명)보다 1명 늘었으나, 최근 5년간 매년 2명씩 단행됐던 부회장 승진은 없었다. 지난해 승진한 박근희 부회장이 삼성생명 대표이사에서 삼성사회공헌위원회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을 뿐이다.
특히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삼성미래전략실은 지난해와 달리 사장급 자리이동이 없어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체제가 공고해졌다는 해석을 낳는다.
한편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번 인사로 오너를 제외한 삼성 사장단의 평균 나이는 58.3세에서 57.7세로 0.6세 낮아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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