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보호원, 금감원서 분리…금융감독 양대체제

금융소비자보호원, 금감원서 분리…금융감독 양대체제

입력 2013-07-23 00:00
수정 2013-07-23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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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보호 강화 취지…금융사 중복 감독 우려도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의 양대 금융감독 체제가 내년 상반기에 출범한다.

새 정부가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해 금융소비자보호 강화에 중점을 두기로 했기 때문이다.

금융사 고객은 앞으로 민원 해결 등이 한층 쉬워질 것으로 보이지만 금융사로서는 중복 규제를 받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23일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 보호기구를 분리 독립해 검사권과 제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금융감독 체계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내년 2분기까지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을 목표로 금융위, 금감원 등이 참여하는 설립위원회를 구성해 조직, 인사, 재원 분배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금융소비자 보호가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금융소비자보호원을 금감원에서 떼어내 충분한 힘을 실어주자는 취지다.

신설되는 금융소비자보호원장은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으로 금감원장과 대등한 위상을 갖게 된다. 원장 1명, 부원장 3명으로 금감원 못지않은 규모로 꾸려진다. 금융소비자보호원의 예산은 금감원처럼 정부와 한국은행, 금융사 감독분담금 등으로 조달된다.

금융소비자보호원은 은행, 보험, 카드 등 모든 금융사들을 관할하며 금융민원 및 분쟁 조정 처리, 금융교육 및 정보 제공 등 금융소비자보호 인프라 구축, 서민금융 지원, 금융상품 판매 관련 영업행위 감독을 맡게 된다.

서민 금융의 경우 국민행복기금, 미소금융 등 서민금융제도, 불법 사금융 단속, 대부업 검사 및 상시 감시 등을 담당할 예정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금융소비자보호법에 규정된 내용도 금융소비자원이 대부분 처리하게 된다. 이 법에는 금융상품 판매 시 금융사가 지켜야 할 기본원칙 등의 준수 여부 감독, 금감원의 금융상품 약관 심사 시 금융소비자원과 사전협의 의무화 등을 담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원은 금감원과 동일하게 업무 수행과 관련한 규칙 제정 및 개정권을 갖는다.

금융사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권 및 검사권을 부여하되 금감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이 협의를 통해 중복적 자료 청구 및 수검 부담을 줄이도록 했다.

금융사 검사는 금감원과의 공동검사가 원칙이지만 예외적인 경우 단독검사권도 허용하기로 했다. 금융소비자보호원에 검사결과에 따른 제재권을 부여하되 금감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의 공동 자문기구로서 민간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제재심의위원회가 설치된다.

제재 양형 기준을 표준화하고 일괄 공개를 통해 제재 절차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도 높이기로 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더불어 금융행정체계 효율을 위해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감원 등이 참여하는 ‘거시경제금융회의’를 내실있게 운영하기로 했다.

고승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금감원이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상이한 정책 목표를 수행함에 따른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소될 것”이라면서 “금감원과 금소원의 공동 검사를 원칙으로 해 업무 중복을 최대한 막겠다”고 밝혔다.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을 보는 고객과 금융사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그동안 과도한 대출이자와 어려운 판매 약관, 무성의한 보험 보상 등으로 금융사 고객의 불편이 작지 않았기 때문이다. 독자적인 금융소비자보호기구가 고객에 한발 다가가 금융 민원을 처리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소비자단체들은 바람직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금융사들은 기존에도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의 이중 감독으로 힘든 마당에 금융소비자보호원까지 만들어지면 삼중 규제를 받게 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편, 금감원 직원 비상대책위원회는 ‘금융위 개혁 없이는 금융소비자 보호가 불가능하다’는 신문 광고를 통해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은 금융위 산하에 기관 하나를 신설하는 것으로 머리는 그냥 두고 몸통만 분리하는 것어서 혼란만 초래한다”고 반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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