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체계 개편안, 금융소비자 보호에 도움되나

감독체계 개편안, 금융소비자 보호에 도움되나

입력 2013-07-23 00:00
수정 2013-07-23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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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보호 기능 강화” VS “업무중복·비효율 우려”

금융위원회가 23일 발표한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가칭)을 분리하기로 한 것은 건전선 감독에서 소비자 보호 기능을 떼어내 강화하기 위해서다.

금융위는 이를 위해 금소원 집행간부의 임명절차와 임기를 금감원 간부 수준으로 맞추고 금소원장은 금융위원회 당연직 위원으로 위촉하는 등 금소원을 금감원과 ‘동급’의 위상으로 대우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감원과 금소원 간 업무 영역이 불분명해 금융기관이 ‘두 시어머니’를 모시게 됨은 물론, 조직 분리에 따른 비대화와 비효율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정권이 바뀌면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의 사례처럼 다시 통합 움직임이 일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금감원과 대등한 위상으로 금소원 분리·신설

금융위가 내놓은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의 주요 내용은 내년 상반기까지 금융소비자보호를 담당하는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떼어내 형식적으로 금감원과 같은 위상을 갖는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립하는 것이다.

금소원 집행간부 임명절차나 임기는 금감원과 같게 맞추고, 금소원장은 금융위원회 당연직 위원으로 위촉할 계획이다.

조직의 비대화를 막고자 원칙적으로 금감원과 금소원 집행간부 총수는 현행 금감원 집행간부 수(부원장 3명·부원장보9명)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결정할 계획이다.

금소원의 업무영역은 ▲금융민원·분쟁조정 처리 ▲금융교육과 정보제공 인프라 구축 ▲불법사금융 단속과 같은 금융약자 지원 ▲금융상품 판매 관련 영업행위 감독이다.

감독 대상은 은행·보험·금투·여전사 등 모든 금융업권이다. 금감원처럼 금소원의 업무수행과 관련한 규칙 제·개정권이 주어지고 단독검사 권한과 제재권도 주어진다.

다만 검사는 금감원과의 공동검사를 원칙으로 하되 소비자 보호와 직결되는 문제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단독검사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안이 단독검사가 가능한지는 금감원과 금소원이 업무협약(MOU)을 맺어 상세하게 정한다.

제재권의 경우 중복제재를 막고자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제재심의위원회 등 두 기관의 협력체계도 마련된다.

고승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어떤 잘못을 하면 어떤 제재를 받는지 금융사들이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제재 양형규정을 만들어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재원은 금감원처럼 정부와 한국은행, 금감원, 금융회사 출연금과 금융회사 감독분담금으로 조달하고 두 기관의 조직구성과 인사, 재원분배 방안은 앞으로 출범할 설립위원회가 정하기로 했다.

◇시민단체 “독립성 부족”·금감원 “비효율 우려”

금융위와 일부 시민단체는 이번 개편으로 소비자 보호를 전담하는 금소원이 생기면 고객에게 불리한 금융거래 약관이나 과도한 대출이자 같은 ‘불합리한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동안 한 기관이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라는 상이한 정책목표를 수행하면서 생겼던 이해상충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피해 발생→금소원 조사·검사→시정조치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금융회사가 아닌 소비자의 시각에서 빠르게 진행돼 비슷한 피해가 생기는 것을 막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금융위는 내다봤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도 “소비자 보호에만 전념할 수 있는 독립된 기구가 있어야 감독당국에 연연하지 않고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독립성 부족과 업무 중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금소원을 금감원과 마찬가지로 금융위 밑에 둔데다 단독검사를 예외적인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한정함으로써 완벽한 독립성을 보장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두 기관의 업무가 중복돼 비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과, 금소원을 새로 설치하고 유지하는데 필요한 돈은 결국 소비자 주머니에서 빼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4월 분리된 영국 은행규제청(PRA)과 금융보호감독청(FCA)의 연간 예산은 기구 분리 전 금융감독청(FSA) 예산보다 24%나 늘었다”며 “이 돈은 결국 금융회사와 소비자 주머니에서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권이 바뀌면 다시 금감원과 금소원의 통합론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금융위가 민간 전문가들이 모인 태스크포스까지 만들어 금감원 산하에 금소처를 그대로 두고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하나의 안으로 제시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재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정부안이 갑자기 바뀌어버렸기 때문이다.

◇정치권·학계 “정책·감독기능 분리도 논의해야”

큰 화두가 ‘금융감독체계 개편’인만큼 정책과 감독기능 분리 문제도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금융위는 금융정책과 감독정책간 구분이 쉽지 않아 인위적으로 둘을 분리하면 책임소재가 불명확해지는 등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며 올해 초 정부조직 개편이 끝난만큼 ‘하드웨어’ 개편보다는 관계기관간 협조를 강화하는게 낫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학계와 일부 야당 의원들은 정책·감독 기능 분리까지 포함해 감독체계 개편 방법을 원점부터 따져보자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정무위원회가 특위를 구성해 금융위의 안을 백지화하고 새로 논의를 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달 초 금융학자와 전문가 143명은 기자회견을 얼어 금융감독의 독립성을 확보하려면 금융위의 금융산업정책 업무를 기재부로 이관하고 감독정책 업무는 금감원에 넘겨 정책과 감독기능을 완전히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개편안에는) 금융위가 지금처럼 산업정책과 감독정책을 모두 담당하겠다는 주장이 은연 중에 담겨있다”며 “소비자 보호 조직은 분리했지만 금융위가 금감원과 금소원을 통제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어놓음으로써 독립성의 이슈는 제대로 해결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금융소비자보호 기구를 독립적으로 만든 것은 한 발짝 전진했지만 금융관료의 권력남용을 막고, 정부조직 개편까지 고려한 개편 논의의 틀을 만들지 못했다는 점에서 (개편안은) 심각한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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