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세 번째 화살’ 시장 “알맹이 없다” 실망

아베 ‘세 번째 화살’ 시장 “알맹이 없다” 실망

입력 2013-06-05 00:00
수정 2013-06-0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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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이목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5일 오후 발표한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에 쏠렸다.

시장 투자자들과 전문가들의 일차적인 반응은 “별 내용이 없다”, “대단히 실망스럽다”는 것이다.

일본 도쿄증시에서 닛케이 평균주가는 이날 오전 전날 대비 0.25% 하락했다가 아베 총리의 성장전략 발표 연설이 끝난 뒤 하락 폭이 점점 커졌다.

결국 3.83% 폭락한 13,014.87로 마감했다.

외환시장에서 아베노믹스의 상징이 된 엔저도 주춤했다.

오전 달러당 100엔선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달러·엔 환율은 오후 들어 상승, 99.5∼99.6엔대를 오가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 장기불황의 근본적인 원인을 바로잡기 위해 필요하다고 경제 전문가들이 지적했던 어려운 경제개혁 결정들을 일본 정부가 피해갔다고 보도했다.

야마다 히사시 일본총합연구소(JRI) 수석연구원은 아베 총리의 발표가 “일본이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하고 디플레이션을 극복하는 데 충분치 않다”고 평가하며 “노동시장 개혁 없이는 일본은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성장전략을 통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을 10년 내 150만 엔(약 1천700만원) 이상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목표만 있을 뿐 실현 방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비정규직 고용을 용이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알려졌으며, 이는 국민 소득을 늘린다는 목표와 모순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나카노 고이치 소피아대 교수는 “소득 증가를 어떻게 달성하겠다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며 “아베 정부는 홍보 전략에는 강하나 이는 경제 정책에 쓸모 있다기보다 선거 공약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외국자본 유치를 위한 국가전략특구 설치 방안도 투자와 소비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실효성에 의구심을 샀다.

마로소스 캡스트림 캐피털 설립자는 CNBC에서 “전면 실행보다는 실험으로 보인다”며 “좋은 소식은 성장을 이루려 어쨌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고, 곤란한 문제는 투자자, 소비자, 기업을 실제로 그곳으로 이끌어내고 소비하게 하고 기술 발전을 이루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아베 정부가 활용한 과감한 재정·금융 부양 정책은 국채 금리 상승, 증시 불안 등 부작용을 유발해 시장의 불안이 커진 상태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의 재정에 심각한 부담을 줄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별 내용 없는 성장전략을 내놓은 것은 더욱 공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일본 정부는 빚을 내서 경제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성장전략으로 내놓은 방안들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일지는 모르나 그에 앞서 일본 정부뿐 아니라 금융기관을 포함한 경제 전반에 위험한 금리 문제부터 해결하기를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 미국 무역수지 적자 등으로 별다른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한 한국 증시도 아베 총리의 발표로 김이 빠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1.52% 내린 1,959.19에, 코스닥은 2.22% 내린 549.09에 장을 마쳤다.

한국 전문가들은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을 판단하려면 장기적으로 아베 정부가 금융완화를 비롯한 현재의 정책을 강화할지, 아니면 아베노믹스가 실패할지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아베노믹스가 실패하고 일본 경제가 급격히 악화하면 일본계 자금 유출, 시장 수요 급감 등의 부정적 파급 효과가 생기게 되므로 한국 경제에는 좋은 시나리오가 아니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하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본 정부가 재원을 얼마나 마련하고 있는지에 아베노믹스의 성공 여부가 달렸다”며 “전략을 추진하려면 국채 발행을 계속해야 하는데 금리 상승으로 비용이 늘어난 상황이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일본도 우리의 주요 수출국이고 세계 경제를 생각하면 일본 경제가 회복하는 게 우리에게도 좋다”며 “과거에 달러·엔 환율이 많이 올라가더라도 세계 경제가 괜찮을 때는 큰 타격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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