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실패는 최악 시나리오”…긴장감 확산

“아베노믹스 실패는 최악 시나리오”…긴장감 확산

입력 2013-06-04 00:00
수정 2013-06-0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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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급변동시 세계경제 불안 커져”

엔·달러 환율 불안이 가뜩이나 침체에 빠진 한국경제에 ‘또 다른 위기 요인’으로 떠올랐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의구심과 중국 미국 등의 출구전략이 맞물리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당분간 요동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조차 엔화가 달러당 100엔 아래로 떨어진 데 대해 ‘일시적인 현상’으로 진단하면서도 중장기적 방향성에 대해선 ‘아직 모른다’고 말할 정도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출경쟁력 약화를 걱정해야 하고 오르면 세계경제의 안전성이 저해될까 우려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실패하면 한국 경제가 적지않은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 엔화 강세 이유는

전문가들은 우선 엔화 가치 상승에 대해 아베노믹스를 낙관하던 기대심리가 꺾인 점을 들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서 조정이 발생하고 일본 국채금리가 상승하면서 아베노믹스가 실제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회의가 제기됐다”며 “이런 회의적인 심리가 엔화의 움직임을 바꿔놓았다”고 평가했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도 “아베노믹스가 그동안 너무 빨리 달려와 조정하는 측면”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일본 정부 재정에 대한 우려가 커진 점도 아베노믹스를 바라보는 시선을 ‘냉정’으로 돌아서게 했다는 지적이다.

두번째는 선진국의 출구전략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하게 받아들였고 엔화와 같은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를 높였다.

정 수석연구원은 “미국 연준의 버냉키 의장이 양적완화를 축소할 수 있다고 얘기한 것이 처음에는 앤케리트레이드를 발생할 여지를 부추켜 엔화약세로 작용했지만 바로 다음날 국제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우려로 엔화가 강세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박 실장은 “미국과 중국의 경기지표가 양방향으로 나온다. 미국 등의 경기전망이 불확실한 것이 불안감으로 작용해 엔화 가치 하락을 막고 있다”고 해석했다.

◇ 100엔 붕괴는 ‘일시적’

전문가들은 달러당 엔화의 100엔 붕괴가 일단 일시적 현상으로 봤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한번 꼬인 불안감이다. 아베노믹스로 인해 엔화가 그동안 약세로 가지 않았나. 단기적으로 그게 되감기는 현상이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도 “글로벌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엔화가 조정받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엔화 가치의 방향성에 대해선 당분간 기존의 ‘강세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7월말 일본 참의원 선거 이전까지 엔화가 완전히 강세기조로 돌아서는 걸 일본당국이 용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7월 하순 이전까지는 세자리수로 가면서 지금보다 소폭 더 약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박성욱 실장은 “2분기 지표가 확인돼 방향을 잡을 때까지는 엔화가 방향성 없이 왔다갔다는 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며 “엔화가 하락세로 방향을 잡았다고 보기는 어려운 만큼 한국도 섣부른 판단을 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중장기적인 엔화 전망에는 의견이 엇갈렸다.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7월 이후 큰 조정이 예상된다”고 했고 신민영 부문장은 “모른다. 판단하기 어렵다”고 머리를 흔들었다.

반면에 박 실장은 “일본 재정문제가 시장에서 큰 위험이 될 만큼 위험한 상황은 아니다”면서 엔화 약세 쪽에 무게를 뒀다.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이라도 엔화 강세는 한국 주가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보인다. 아베노믹스의 영향과 북한리스크로 그동안 급등한 일본 증시와 달리 한국 주식시장은 부진한 흐름을 이어왔지만 상황이 다소 바뀌어 한국의 수출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앞으로 완만하게 엔화가 조정받고 소폭 강세로 돌아서는 형태가 되면 한국경제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베노믹스가 흔들려 급격히 엔화가 강세로 가거나 이로 인해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한국경제는 물론 전 세계 경제가 다시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베노믹스로 일본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일어나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신민영 부문장은 “아베노믹스 향방에 따라 환율이 어떻게 요동칠지 예측하기 어렵다.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국내 금융시장도 흔들린다. 아베노믹스의 실패는 세계경제 안정성을 해친다”고 우려했다.

일부에서는 아베노믹스가 이미 흔들린다고 보고 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안전자산이 엔화에 대한 수요 확대와 아베정권에 대한 내부 반발로 아베노믹스의 추동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아베노믹스가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하고 산업부문에 큰 피해가 올 수 있다”라며 “하지만 실패하더라도 한국의 대외경제는 나빠져서 부정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어중간한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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