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순간 최저치 기록
원자력발전소 10기가 가동 중지된 상태에서 3일 예비전력이 순간적으로 올 들어 최저치까지 급락하면서 전력경보가 발령됐다. 전력수급 비상조치로 정전 사태 위기는 간신히 넘겼으나, 다음 주에 더 급박한 상황이 예고돼 정부와 전력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전력거래소는 오후 2시 45분 순간적인 전력수요가 6292만㎾를 기록, 전력공급능력 6689만㎾에 근접하면서 예비전력이 397만㎾(예비율 6.31%)까지 하락했다. 이는 전력경보 2단계인 ‘관심’(예비전력 300만㎾ 이상~400만㎾ 미만)에 진입한 상황이나, 경보 기준인 20분간 지속되지 않고 예비전력이 다시 오르면서 1단계 발령에 그쳤다.
예비전력은 오후 1시 35분 440만㎾까지 떨어지면서 1단계 ‘준비’가 발령된 이후 오후 2시 40분 427만㎾에 이어 45분 397만㎾까지 떨어졌다가 50분 427만㎾로 다시 올랐고, 55분에 398만㎾로 또 떨어지면서 전력 당국 관계자들의 애를 바싹바싹 태웠다.
전력 당국은 예비전력이 급격히 떨어지자 민간 발전기를 운영하는 10개 기업으로부터 공급전력 45만㎾를 지원받고, 전압 조정을 통해 45만㎾를 순간 비축하면서 위기를 모면했다. 원전 1기의 발전량에 해당하는 총 98만㎾의 추가 공급을 통해 간신히 전력난을 피한 셈이다. 예비전력의 역대 최저치는 지난해 8월 6일 279만㎾였는데, 이날처럼 월요일이었다. 휴일을 쉬고 전국 사업장에서 전기 사용이 급증하자 전력공급이 달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여름 위기는 끝난 게 아니다. 전력 당국은 이번 주말에 이어 다음 주에도 중부지방의 낮 최고기온이 29~30도에 이르면서 전력경보가 3단계인 ‘주의’(예비전력 200만㎾ 이상~300만㎾ 미만)에 이를 것으로 예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전국 원전 23기(설비용량 20 71.6만㎾) 중 771만여㎾의 공급을 맡고 있는 10기가 여전히 멈춘 상태에서 오는 7일 재가동 예정인 울진 5호기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가동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이다.
원전의 잦은 고장과 더불어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에 발전기와 송·배전 설비의 고장이 빈발하는 점도 문제로 나타났다. 예비전력을 400만㎾ 이상 확보해도 발전 및 공급 설비가 갑자기 고장 나면 돌발적인 정전사태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12년도 전력설비 정지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전기 고장은 전년보다 67.5% 증가한 196건 발생했다. 여름철(6∼8월)이 57건(29.1%)이었고 겨울철(2011년 12월∼2012년 2월)은 37건이었다. 송·변전 설비의 고장도 지난해 총 263건 발생했는데, 월별로 12월이 72건(27.4%)으로 가장 많았고 8월이 67건(25.5%)으로 뒤를 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전 국민이 매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불필요한 전기사용을 최대한 줄이면 순간적인 정전 위기를 넘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2013-06-04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