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30일 발표한 조세피난처 3차 명단에는 한국의 대표적인 금융인, 예술인, 기업인, 교육인이 두루 포함됐다.
뉴스타파는 이날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 김 전 사장의 부인 연극인 윤석화씨, 이수형 현 삼성전자 준법경영실 전무, 조원표 현 앤비아트제이 대표, 전성용 경동대학교 총장 등 5명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와 싱가포르 등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운영해온 사실을 확인했다고 공개했다.
◇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연극인 윤석화씨 부부 등
이날 명단에서 눈에 띄는 인물은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이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40대 초반에 한누리투자증권, 중앙종금 사장에 오르며 ‘금융계의 풍운아’로 불렸다. 그러나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에 수배돼 2000년 8월부터 해외도피 중이다.
그는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6개 회사에 이사·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가장 오래된 것은 1990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세운 ‘프리미어 코퍼레이션’이란 유령회사다. 자본자유화가 더뎠던 20여 년 전인만큼 그의 조세피난처 애용이 오래됐음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1993년 1월엔 배우자 윤석화씨와 함께 ‘STV아시아’란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 한 달 뒤엔 단독으로 ‘PHK홀딩스 리미티드’를 혼자 설립했다.
8년 뒤인 2001년 2월에도 김 전 사장은 배우자 윤석화씨와 함께 ‘멀티-럭 인베스트먼트 리미티드’란 유령회사를 만들었다. 같은 해 10월엔 혼자 ‘자토 인베스트먼트’란 회사를, 2005년엔 ‘에너지링크 홀딩스 리미티드’란 유령회사를 설립했다.
윤석화 씨는 뉴스타파에 “남편에게 도움이 될 수 있고 판단해 (페이퍼컴퍼니에) 등재했다”며 “설립을 대행해준 변호사가 문제가 없다고 해 그렇게 믿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뉴스타파는 “2000년 이후의 법인 3개는 김 전 사장의 해외도피 중 설립된 것”이라며 “중앙종금이 4천억원이 넘는 부실을 떠안고 문을 닫고 (전직 사장이)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김 전 사장이 ‘에너지링크 홀딩스 리미티드’란 회사를 만들 땐 부인 윤씨뿐 아니라 이수형 현 삼성전자 준법경영실 전무, 조원표 앤비아이제트 대표이사도 김 전 사장과 ‘동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기자 출신으로 김 전 사장을 취재원으로 알게 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이 페이퍼컴퍼니에 등재된 시점은 2006년 8월31일이다. 뉴스타파는 “이 전무는 삼성으로 옮긴 직후, 조 대표는 한 코스닥 업체 대표로 근무하던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삼성 측은 이날 “이 전무가 명의만 빌려준 것”이라며 “명의를 빌려준 시점은 2005년6월로 삼성 입사시점(2006년5월) 이전의 일”이라고 해명했다. 조 대표는 연합뉴스에 “홍콩을 몇 차례 방문해 회사가 사무실, 직원, 간판을 갖추고 실제 영업하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등기가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 전성용 경동대학교 총장
뉴스타파가 이날 공개한 또 다른 조세피난처의 큰손은 ‘사학재벌’인 전성용 경동대 총장이다.
전 총장은 2007~2008년간 4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집중적으로 설립했다. 전 총장의 아버지인 재단 설립자 전재욱 씨가 교비 횡령 등의 혐의로 해외도피하다 귀국해 처벌을 받은 시기와 겹친다.
전재욱 씨는 경동대와 경복대 등 대학교 두 개를 설립한 인물이다. 그는 1998년 평택 공과대학(후에 경문대)을 인수했다가 이듬해 교비 횡령, 교수 징계로 학내 분규가 폭발하자 학장 자리를 내놨다.
이후에도 경복대와 동우대 교비로 골프장 부지를 사들이고 생활비·개인 신용카드 대금으로 사용하다 2005년 검찰수사가 시작되자 일본으로 달아났다. 그리고 2007년9월 귀국해 결국 징역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7억원을 선고받았다.
아들 전 총장은 비슷한 시점인 2007년6월 버진아일랜드에 ‘메럴리 월드와이드’를 세웠다. 이는 또 다른 유령회사인 ‘엑스코프’ 등을 이사·주주를 내세운 페이퍼컴퍼니다. 그러나 회사의 이익은 모두 전 총장 본인에게 가도록 서류를 꾸몄다.
같은 해 싱가포르에도 ‘더블 콤포츠’란 페이퍼컴퍼니를, 버진아일랜드엔 자신의 이름을 딴 ‘전성용’이란 유령회사를 만들었다. 2008년엔 ‘인적 자원관리 교육 연구소’란 회사를 설립했다. 모두 차명을 사용해 자신이 노출되는 것을 막았다.
뉴스타파는 “유령회사를 설립하던 시기가 재단 설립자 아버지가 도피해 있었던 시기와 겹친다”며 전 총장의 페이퍼컴퍼니와 연결된 해외비밀계좌에 학생들을 위해 쓰여야 할 교비가 흘러갔을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전 총장은 취재가 시작되자 행적을 감췄다. 학교 측은 뉴스타파에 “(전 총장이) 아파서 학교에 나오지 못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뉴스타파는 이날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 김 전 사장의 부인 연극인 윤석화씨, 이수형 현 삼성전자 준법경영실 전무, 조원표 현 앤비아트제이 대표, 전성용 경동대학교 총장 등 5명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와 싱가포르 등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운영해온 사실을 확인했다고 공개했다.
◇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연극인 윤석화씨 부부 등
이날 명단에서 눈에 띄는 인물은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이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40대 초반에 한누리투자증권, 중앙종금 사장에 오르며 ‘금융계의 풍운아’로 불렸다. 그러나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에 수배돼 2000년 8월부터 해외도피 중이다.
그는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6개 회사에 이사·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가장 오래된 것은 1990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세운 ‘프리미어 코퍼레이션’이란 유령회사다. 자본자유화가 더뎠던 20여 년 전인만큼 그의 조세피난처 애용이 오래됐음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1993년 1월엔 배우자 윤석화씨와 함께 ‘STV아시아’란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 한 달 뒤엔 단독으로 ‘PHK홀딩스 리미티드’를 혼자 설립했다.
8년 뒤인 2001년 2월에도 김 전 사장은 배우자 윤석화씨와 함께 ‘멀티-럭 인베스트먼트 리미티드’란 유령회사를 만들었다. 같은 해 10월엔 혼자 ‘자토 인베스트먼트’란 회사를, 2005년엔 ‘에너지링크 홀딩스 리미티드’란 유령회사를 설립했다.
윤석화 씨는 뉴스타파에 “남편에게 도움이 될 수 있고 판단해 (페이퍼컴퍼니에) 등재했다”며 “설립을 대행해준 변호사가 문제가 없다고 해 그렇게 믿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뉴스타파는 “2000년 이후의 법인 3개는 김 전 사장의 해외도피 중 설립된 것”이라며 “중앙종금이 4천억원이 넘는 부실을 떠안고 문을 닫고 (전직 사장이)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김 전 사장이 ‘에너지링크 홀딩스 리미티드’란 회사를 만들 땐 부인 윤씨뿐 아니라 이수형 현 삼성전자 준법경영실 전무, 조원표 앤비아이제트 대표이사도 김 전 사장과 ‘동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기자 출신으로 김 전 사장을 취재원으로 알게 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이 페이퍼컴퍼니에 등재된 시점은 2006년 8월31일이다. 뉴스타파는 “이 전무는 삼성으로 옮긴 직후, 조 대표는 한 코스닥 업체 대표로 근무하던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삼성 측은 이날 “이 전무가 명의만 빌려준 것”이라며 “명의를 빌려준 시점은 2005년6월로 삼성 입사시점(2006년5월) 이전의 일”이라고 해명했다. 조 대표는 연합뉴스에 “홍콩을 몇 차례 방문해 회사가 사무실, 직원, 간판을 갖추고 실제 영업하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등기가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 전성용 경동대학교 총장
뉴스타파가 이날 공개한 또 다른 조세피난처의 큰손은 ‘사학재벌’인 전성용 경동대 총장이다.
전 총장은 2007~2008년간 4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집중적으로 설립했다. 전 총장의 아버지인 재단 설립자 전재욱 씨가 교비 횡령 등의 혐의로 해외도피하다 귀국해 처벌을 받은 시기와 겹친다.
전재욱 씨는 경동대와 경복대 등 대학교 두 개를 설립한 인물이다. 그는 1998년 평택 공과대학(후에 경문대)을 인수했다가 이듬해 교비 횡령, 교수 징계로 학내 분규가 폭발하자 학장 자리를 내놨다.
이후에도 경복대와 동우대 교비로 골프장 부지를 사들이고 생활비·개인 신용카드 대금으로 사용하다 2005년 검찰수사가 시작되자 일본으로 달아났다. 그리고 2007년9월 귀국해 결국 징역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7억원을 선고받았다.
아들 전 총장은 비슷한 시점인 2007년6월 버진아일랜드에 ‘메럴리 월드와이드’를 세웠다. 이는 또 다른 유령회사인 ‘엑스코프’ 등을 이사·주주를 내세운 페이퍼컴퍼니다. 그러나 회사의 이익은 모두 전 총장 본인에게 가도록 서류를 꾸몄다.
같은 해 싱가포르에도 ‘더블 콤포츠’란 페이퍼컴퍼니를, 버진아일랜드엔 자신의 이름을 딴 ‘전성용’이란 유령회사를 만들었다. 2008년엔 ‘인적 자원관리 교육 연구소’란 회사를 설립했다. 모두 차명을 사용해 자신이 노출되는 것을 막았다.
뉴스타파는 “유령회사를 설립하던 시기가 재단 설립자 아버지가 도피해 있었던 시기와 겹친다”며 전 총장의 페이퍼컴퍼니와 연결된 해외비밀계좌에 학생들을 위해 쓰여야 할 교비가 흘러갔을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전 총장은 취재가 시작되자 행적을 감췄다. 학교 측은 뉴스타파에 “(전 총장이) 아파서 학교에 나오지 못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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