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 경제 부총리·수석 등 참석
기준금리 인하를 둘러싼 정부와 한국은행 간의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5일 기획재정부와 한은 등에 따르면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서별관회의)에 불참했다. 김 총재는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요한 시기에 중앙은행 총재는 중앙은행에 있어야 한다”면서 “한은 일을 해야지 왜 (서별관 회의에) 가나”라고 말했다. 이후 퇴근길에서 “‘미래를 예측하지 말라(Don’t prophesize, particularly about the future)’는 유명한 말이 있다”고 말하며 앞으로의 서별관회의 참석·불참 가능성을 모두 열어뒀다.오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있어 기준금리 인하를 미리 조율했다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앞서 정부와 청와대는 잇따라 한은의 금리 인하를 촉구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내놓았다. 조원동 경제수석은 지난 3일 “한은이 금리를 내려주면 좋다”고 했고, 현 부총리도 “정부의 경제정책은 한은 등과 패키지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한은이 금리 인하와 총액대출한도 인상 조치를 동시에 취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시장은 기준금리 인하에 무게를 두고 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이날 전날보다 4bp(1bp=0.01%) 내린 연 2.44%에 마감됐다. 사상 최저다. 김 총재로서는 진퇴양난이다. 최근 저금리에 따른 취약점을 강조해 온 마당에 금리를 내리면 한은의 독립성에 금이 간다. 그렇다고 동결하면 경기 침체의 책임을 떠안게 된다. 문제는 김 총재 스스로 3년간의 임기 동안 한은의 독립성과 거리가 있는 행보를 보여 왔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MB(이명박)맨’으로 꼽히는 그는 한은 총재로 내정되자 “한은도 정부”라고 강조했다. 취임 뒤에는 줄곧 ‘정부 정책과의 조화’를 강조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한은법에 명시된 물가안정 목표 달성 외에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 목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그런데 지난 연말부터는 ‘경기가 바닥을 쳤다’며 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를 두고는 ‘현실 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월 광공업생산은 전달 대비 0.8% 감소했다. 1월 광공업생산도 전달보다 1.2% 하락했다. 여전히 우리 경기가 저점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한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는 “한은을 ‘재정부의 남대문 출장소’로 전락시킨 김 총재가 한은을 이끄는 한 한은의 독립성을 옹호하려는 여론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금리를 동결한 채 (사퇴 등) 결단을 하지 않는 한 중앙은행 총재라는 위상을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총재와 금통위원이 개방경제에서 중앙은행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게 최근 학계의 지적”이라면서 “땅에 떨어진 중앙은행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시장과 여론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금리 정책의 배경과 효과 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2013-04-06 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