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대책·추경에 기금·공공기관투자 증액 추진
정부가 28일 발표한 올해 경제정책방향은 민생경제 회복과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정책수단 총동원 계획으로 평가할 수 있다.단기적으로 추가경정예산을 비롯한 모든 수단으로 경기 침체에 맞서고, 중장기적으로는 새 정부 슬로건인 창조경제의 씨앗을 뿌리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이른바 ‘100일 액션플랜’으로 큰 그림과 방향은 보여줬지만 구체성은 아직 부족하다. 경기 대책은 다음주 부동산시장 활성화대책, 4월 둘째 주쯤 추경 예산 편성 등으로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정을 추가로 투입하고 세금을 더 깎아주더라도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공공부문의 재정 건전성만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적극적 거시정책으로 전환…내주 부동산 대책 이어 추경도
이번 정책방향은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낸 ‘수정판’이다. 작년 12월에도 정책방향이 발표됐지만 새 정부 출범을 고려해 새로운 정책을 넣지는 않았다.
이번에도 정책은 국정과제의 이행방안 중심으로 짰다. 그러다 보니 세부 내용보다는 언제쯤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겠다는 일정 중심이 됐다.
가장 큰 특징은 경제전망을 수정한 것이다.
작년 12월에는 올해 성장률을 3.0%로 봤지만 이번에는 2.3%로 확 낮췄다.
주요기관 전망치 중에 가장 낮아 다소 충격적이다. 취업자 증가 수도 32만명에서 25만명으로 줄였다. 애초 예상보다 1분기 실적이 나쁜데다 이번엔 정책효과도 반영하지 않았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이에 따라 거시정책은 ‘적극적’으로 전환했다.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고 민생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다.
적극적 거시정책의 모습은 재정에선 ‘추경’으로, 금융에선 수출·중소기업을 위한 총액한도대출 지원 강화 등 ‘정책자금 확대’로, 환율에선 ‘시장안정 노력’으로 나타난다.
추경의 윤곽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이번엔 세출 증액도 하지만 성장 둔화로 국세수입이 6조원 줄어드는 것을 반영해 세입 감액도 한다. 총액(세입감액+세출증액)은 10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추경 내역은 일자리 확대와 취약층, 중소기업 지원을 늘리는데 초점이 맞춰진다.
이르면 4월 둘째 주 발표해 4월 임시국회 통과를 목표로 한다.
추경에 앞서 4월 첫째 주엔 취득세·양도세 부담 완화, 주택공급 탄력 조정, 규제 완화, 실수요자 주택자금 지원 확대 등을 골자로 한 부동산시장 정상화 대책을 내놓는다.
환율변동에 취약한 수출중소기업 지원책과 수출 활성화 방안도 다음달에 내놓는다. 4월 경제정책은 경기 대책에 집중되는 셈이다.
추경의 보조수단으로 기금운용계획을 증액하고 사회간접자본(SOC) 분야를 중심으로 공공기관 투자도 1조원 증액한다. 이는 재정 적자를 키우지 않으면서 사실상 총지출을 늘리는 효과를 내는 전통적인 정책 수단이다.
5월엔 민관이 함께 투자활성화 방안을 마련한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뤄졌던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창조경제 씨앗 뿌리고 경제 민주화에 박차
창업-회수-재도전의 선순환 인프라를 구축하는 창조경제의 밑그림도 나왔다.
창업단계에선 ‘한국미래창조펀드’를 만든다. 창업 초기의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다. 특정 프로젝트에 대해 온라인으로 다수 일반투자자에게서 소액을 지원받는 크라우딩 펀딩도 보조수단으로 활용한다.
회수 단계에서는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를 신설한다. 재도전 단계에서는 연대 보증 등 실패 부담을 덜어줘 재기를 지원한다.
창조형 서비스업에 대한 지원을 제조업 수준으로 강화하고자 5월 중에 서비스업 발전방안을 마련한다.
창조경제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경제 민주화도 강화한다. 공정경쟁 시스템을 마련하고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고자 대기업집단 신규 순환출자 금지, 다중 대표소송제 도입 등 제도를 개선한다.
민생 안정의 핵심인 물가대책으로는 유통구조개선 종합대책을 5월 발표한다.
그 대신 특정품목별 물가관리제를 폐지한다. 2008년부터 52개 품목을 모아 관리하던 이른바 MB물가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추경 놓고 논란 우려…공약이행 재원대책은 4월, 8월 마련
그러나 정책 결정 과정에서 난관도 예상된다.
우선 올해 성장률 전망을 작년 9월 4.0%에서 작년 12월 3.0%로 낮춘 데 이어 이번에 2.3%로 내린 것부터 논란거리다. 작년 4분기 좋아지는 듯하다가 1분기에 예상 외로 부진하긴 했지만 ‘부실 전망’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의 부진을 고려하고 정책효과를 배제한 전망치라는 정부의 설명도 일리가 있지만, 추경 편성을 위해 ‘충격 요법’을 쓴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가재정법상 추경 편성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반론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도 민생 안정을 위한 추경에 공감하고 있어 충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규모나 내용을 놓고 논란이 일 수 있다. 일자리, 취약층 지원을 위한 것이지만 추경 편성이 시작되면 다양한 재정 수요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추경과 부동산 대책의 경기 부양 효과는 미지수다. 아직 세부안이 공개되지 않은 탓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올해 ‘균형재정 수준’을 달성하지 못하고 ‘적자 재정’이 되고, 균형 재정 달성 시기는 늦춰질 수밖에 없다.
이번에 대선 공약 이행을 위한 세부방안이 빠진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정부는 총 ‘135조원 이상’이 들어갈 공약 이행을 위해 81조5천억원을 세출구조조정으로, 53조원을 세입확충으로 조달키로 했을 뿐이다.
세출 구조조정방안은 4월 말 재정개혁위원회를 거쳐 내고, 중장기 세입 확충방안은 8월 세법 개정안 발표 때 공개할 예정이다.
통화정책을 쥔 한국은행과 정책공조가 잘 될지도 불투명하다. 정부는 이날 정책방향에서 총액한도대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한은은 9조원을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엇박자’ 정책의 대표 사례다.
다음달 기준금리 인하 여부는 정부와 한은의 정책공조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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