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잠재성장률 밑돌고 원화절상률 가팔라질 것””재정절벽 등 불확실성 탓에 추경 편성 필요할수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5일 내놓은 내년 거시경제정책 권고는 ‘재정 추가 지출’과 ‘금리 추가 인하’로 대표된다.한마디로 경기 대응력을 높이고자 올해보다 확장적이며 적극적인 정책을 펴라고 주문한 것이다.
불확실성에 휩싸인 세계경제의 회복이 느리고, 한국경제는 내년까지 3년째 잠재성장률을 밑돌며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재정절벽’이 현실화하면 추가경정예산을 짜라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저성장의 늪’ 내년 3% 안팎 전망치 줄이어…”부동산 추가 하락 가능성”
KDI는 한국 경제는 올해 2.2% 성장에 그치고 내년에도 3.0%에 머물 것으로 봤다.
지난 6월 전망치보다 올해는 0.3%포인트, 내년은 0.4%포인트 낮춘 것이다.
이런 전망은 세계 경제 침체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수출과 투자의 동시 부진에 빠졌다.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큰 건설ㆍ부동산 부문에서는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 소비와 수출이 미약하나마 나아질 조짐이지만 투자 부진은 지속할 전망이다.
내년 세계경제에도 복병이 즐비하다. 유로존의 재정위기가 불확실성을 주도하고 미국의 재정절벽 우려도 하방위험을 키우는 상황이다.
KDI는 이 때문에 회복세가 ‘매우 완만할 것’으로 봤다.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2.2%(전기 대비 0.9%), 하반기에 3.7%(1.1%) 성장하는 흐름이다.
주요 내년 전망치를 보면 정부가 4.0%로 가장 높고 금융연구원이 2.8%로 가장 낮다. 전반적으로 3%대 초반에서 수렴된다. 한국은행(3.2%), LG경제연구원(3.3%), 현대경제연구원(3.5%), 한국경제연구원(3.3%) 등도 3%대 초중반으로 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3.6% 성장을 예상했다.
그러나 3%에 턱걸이할 것이라는 KDI의 전망은 연말을 앞두고 본격화할 예측기관의 전망 수정치 발표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보다 하향하는 흐름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내년 경제전망 발표 때 하향 조정할 예정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국정감사에서 하향 조정을 기정사실화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상황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흐름을 좀 더 봐야 근접한 수치를 제시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3.6%, 올해 2%대 초반에 이어 내년에도 3% 안팎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우려했던 저성장의 늪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늘고 있다.
KDI 이재준 연구위원은 “잠재성장률이 위기 이전에는 4% 초반, 현재로선 3% 중후반대로 추정하는데, 3년(2011~2013년) 연속 잠재성장률에 못 미칠 전망”이라며 “경기 여건이 디플레이션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에 경기 안정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내적 위험 요인으로는 부동산시장 부진을 들었다.
KDI는 “부진이 상당 기간 지속하면 민간소비와 건설투자가 위축돼 경기 부진이 심화하고 부동산 가격도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건설투자는 지난해 -5.0%에 이어 올해도 -0.6%로 역성장한다. 내년에는 늘어나긴 하겠지만 2.3%에 그칠 것으로 봤다.
또 대내외 금리차와 원화가치 상승기대로 자본유입이 가속화할 가능성도 불안요인이다.
이재준 위원은 “내년 원화 절상률은 예년보다 가팔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KDI는 원화가치 상승에 따라 여행수지 적자는 확대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여행수지가 포함된 서비스수지 및 본원ㆍ이전소득수지는 올해 30억달러 흑자에서 내년에는 50억달러 안팎의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재정지출 더 늘리고 금리 내려야”…경기 대응력 제고 주문
이런 인식에 따라 KDI는 경기 대응력 제고를 요청했다.
KDI는 재정정책에 대해 “내년 재정정책 기조는 올해보다 다소 확장적인 것으로 평가되나, 경기 안정화를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정지출을 늘리려면 국회 예산심의과정에서 반영하거나, 내년에 추가경정예산을 짜야 한다.
KDI 고영선 연구본부장은 “하방위험이 큰 상황이어서 필요하면 추경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추경은 재정 조기 집행이나 기금 활용 등 쓸 수 있는 재정정책 수단을 동원한 다음에 마지막 카드로 판단하라고 권고했다.
재정지출을 늘리더라도 항구적인 지출 증가를 불러오게 해서는 안되며, 경제가 정상화하면 재정건전성 회복에 집중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복지지출 등 한 번 넣으면 뺄 수 없는 경직성 의무지출을 늘리면 재정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일시적 지출 확대에 한정해 경기 부양력을 높이라는 주문이다.
고 본부장은 “(추경을 짜더라도) 지출 구성이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며 “사회간접자본(SOC)은 조기 집행으로 하고 고용 인프라 구축에 노력해야 한다”고 권했다. 고용 안전망 보완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문은 현재 영세사업장과 저임금 근로자가 고용 증가를 주도하고 있는데, 경기 부진이 지속되면 노동시장의 불안요인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고 본부장은 고용 대책에 대해 “고용 서비스, 공공 고용인프라, 직업훈련, 직업알선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노동시장 유연화로 대기업과 공공부문에 집중된 소수의 좋은 일자리를 경제 내 다른 쪽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이 때문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고용창출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통화정책에서는 금리를 추가로 내려 경기 부진에 적극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KDI는 “금리 인하는 대내외 금리차를 줄여 급격한 자본유입 가능성을 줄이고 부동산시장의 부진을 완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정책에서는 가계대출 증가율 둔화에도 연체율이 오르는 만큼 가계부문에 대한 위험관리를 강화하고 안정적인 부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권했다.
아울러 법정관리 신청절차를 개선해 채권자와 채무자 합의로 기업 회생 기회를 마련하고, 부실경영 책임이 있는 경영진을 법정관리인에서 배제해 도덕적 해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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