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 찬양했던 증권ㆍ신평사…‘위험감지’ 없었다

웅진 찬양했던 증권ㆍ신평사…‘위험감지’ 없었다

입력 2012-09-27 00:00
수정 2012-09-2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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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인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웅진그룹 계열사인 웅진코웨이의 매각 작업도 전면적으로 중단됐다.

이에 따라 웅진그룹은 ‘해체’ 위기에 봉착하며 최대 위기를 맞았지만 증권사와 신용평가사는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증권사와 신용평가사들은 투자자들이 알기 어려운 위험을 미리 감지해 경고를 해야 하는데, 그런 기능을 제대로 못했다.

◇증권사, 웅진株 낙관전망에 매수추천 일색

증권사들이 위기의 결정적 원인인 웅진코웨이 매각 건을 놓고 그동안 낙관적 전망만을 내놓으면서 매수를 권했던 탓에 개인투자자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웅진그룹은 지난달 MBK파트너스와 1조2천억원에 웅진코웨이를 매각하는 계약을 맺으며 이달 안에 매각 대금을 받아 자금난과 관련한 급한 불을 끄려 했다.

하지만 MBK파트너스가 매각 대금 납입을 28일에서 10월 초로 연기하면서 계획은 좌초됐고 그룹은 결국 법정관리 신청이라는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이에 따라 진행 중이던 웅진코웨이 매각 작업도 전면 중단됐다.

증권사들은 이런 리스크에 대한 경고를 사전에 하지 못했다.

증권사들은 MBK파트너스와의 계약 성립후 웅진코웨이에 대해 낙관적 전망만을 발표했다.

매각 계약 발표 직후인 지난달 17일 현대증권은 웅진코웨이에 대해 “재평가 계기가 마련됐다”며 주가 상승여력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이 증권사는 “하반기에는 판매 및 관리비에 의한 실적 개선과 9월말 계약 완료에 따른 지배구조 위험성 해소로 주가 상승이 예상된다”며 조정국면마다 매수할 것을 권고했다.

며칠 후 대신증권은 ‘도약하는 일만 남았다’는 제하의 보고서에서 “MBK 파트너스 인수는 기존주주에게 가장 긍정적인 방식의 매각”이라고 평가했다.

이 증권사는 “기업 본질가치를 최대화한 후 재매각을 통해 이득을 취하는 게 목표인 사모펀드가 최대주주가 됨에 따라 효율성 강화와 역동적인 신규사업 추진이 예상된다”며 목표주가를 5만1천원으로 상향했다.

IBK투자증권 역시 “MBK파트너스 인수 이후 배당성향에 대한 안정적 기대심리는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증권사는 또 매각으로 조직 안정성이 확보됐다며 웅진코웨이의 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대비 10% 증가한 67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웅진그룹의 다른 계열사에 대한 평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27일 웅진케미칼에 대한 탐방보고서에서 “웅진코웨이 매각 후에도 웅진코웨이와의 거래 관계에는 변화가 없을 예정”이라며 “오히려 웅진코웨이 외의 고객들에게도 마케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이 증권사는 “신사업의 성장성이 부각되는 내년 이후가 주가와 실적의 본격적인 전환시점이 될 것”이라며 웅진케미칼에 대해 ‘매수’의견을 냈다.

다만, KTB투자증권은 웅진씽크빅에 대해 실적부진을 이유로 투자의견 ‘보유’를 유지했다.

이 증권사의 이혜린 연구원은 “기존 주력 사업과 신사업의 성장요인이 없고 학습지와 전집사업부의 수익성 개선 여부가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국내신평사, 웅진 등급 이제야 강등 ‘법석’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27일 웅진그룹 계열사인 극동건설이 부도를 맞고 지주사인 웅진홀딩스가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이후에야 웅진그룹에 대한 신용등급을 내렸다.

해당 기업의 문제가 불거진 뒤에야 신용등급을 조정한 것이다. 위험을 사전에 알려야 하는 신평사들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한번 확인됐다고 투자자들은 지적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웅진홀딩스의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D’로 강등했다. D는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를 의미한다. 신용등급 상 우량 회사에서 한순간에 디폴트 기업으로 전락한 것이다.

또 계열사인 웅진코웨이(A+)와 웅진케미칼(BBB+), 웅진씽크빅(A)에 대해서는 신용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웅진홀딩스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D’로 강등했다.

이어 웅진씽크빅(A) 웅진에너지(BBB+) 웅진케미칼(BBB+) 웅진코웨이(A+)의 신용등급은 하향 검토 대상이라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기업의 위험도를 미리 경고했어야 할 신평사들이 제 역할을 못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전 웅진홀딩스의 매각발표에도 신평사들은 매각 자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하면 이자비용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원론적인 분석으로 일관했다”면서 “미리 리스크를 평가해야 할 의무를 저버린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상황이 매우 급하게 전개될 때까지 업체의 사정을 꿰뚫어보지 못하고 업체에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제때에 적절한 감시와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용평가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사전경보에 있는데 이를 제대로 하는 곳이 없다”며 “문제가 불거진 뒤에야 등급을 내리는 데, 이런 상황에서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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