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징수 축소는 ‘조삼모사’…차업종 특혜 논란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제2차 재정지원 강화 대책의 핵심은 부동산 거래세와 승용차 개별소비세의 감세다.마른 수건을 쥐어짜다 보니 ‘극약처방’일 수 있는 감세로 귀결된 셈이다.
근로소득세 원천징수세액을 10% 축소한 시도는 ‘13월의 보너스’로 불리는 소득공제 축소를 불러오는 ‘조삼모사’라는 논란을 비켜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꽉 닫기 시작한데다 위기의 장기화가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대책의 실효성이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다.
◇車ㆍ부동산 감세카드…월급쟁이 소득세 환급 미리 한다
정부가 주목한 두 가지는 부동산과 자동차다. 상반기 주택 거래 건수가 해당 통계를 낸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고 자동차 내수시장도 급랭한 상황을 고려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써먹었던 자동차 개소세 감면은 당시에는 노후차 교체 취득세 감면으로까지 이어져 경기 회복의 견인차 구실을 했다.
자동차와 더불어 에너지 과소비 가전제품(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TV)의 개소세도 지금은 5%이지만 1.5%포인트 깎아 3.5%를 적용한다.
자동차 개소세는 1.5%포인트씩 세율을 내리면서 배기량 2천cc 이하와 초과의 감면율을 각각 30%, 18.8%로 차등화했다.
부동산 취득세는 9억원 이하 1주택에 한해 이미 2%로 깎아주고 있는데 여기에 50% 추가 감면함으로써 세율이 9억원 이하는 1%, 초과는 2%가 된다.
연말까지 미분양주택을 사면 5년간 양도세도 물리지 않기로 했다.
아울러 소득세 원천징수분을 조기에 환급하는 방안도 내놨다. 매월 원천징수하는 세액을 평균 10% 내려 연초부터 소급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가처분소득을 늘려 소비를 활성화하려는 깜짝 조치를 풀이된다.
◇기재부 “내년까지 총 13조1천억원 규모”…‘허수’ 논란
정부는 이번 대책의 효과를 올해 4조6천억원, 내년 1조3천억원 등 모두 5조9천억원으로 봤다. 올해 0.06%포인트, 내년에 0.10%포인트 등 내년까지 총 0.16%포인트의 국내총생산(GDP) 제고 효과를 기대했다.
기획재정부 최상목 경제정책국장은 “지난번 8조5천억원까지 더하면 총 13조1천억원으로 GDP 대비 1% 수준이다. 통상적인 추경예산 편성 규모의 배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지원액 계산에는 ‘허수’가 끼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대책에서 가장 큰 것은 지방자치단체 예산집행률 제고 규모다. 2조원 짜리다. 그러나 이미 편성된 예산의 집행률을 높이는 노력에 해당하는 만큼 추가 ‘재정지원’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지난 6월 말 재정투자 보강대책 8조5천억원을 발표할 때 정부가 예산의 이월과 불용을 줄여 4조5천억원을 더 집행하는 효과를 내겠다고 한 것과 맥락이 같다.
근로소득 원천징수세액을 10% 줄여 올해 덜 걷는 세수 1조5천억원도 논란거리다. 올해엔 그만큼 덜 걷지만 내년 연초 연말정산에서 그만큼 덜 돌려주기 때문이다. 월급쟁이 세부담은 같은데 ‘지원’이라고 표현한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특히 여기에 ‘원천징수 합리화’라고 포장한 것은 지금까지 정부가 연말정산을 염두에 두고 미리 세금을 더 걷은 관행을 스스로 불합리하다고 인정한 셈이다.
최저생계비 인상액을 비롯해 내년 예산에 반영할 8천억원을 재정지원 강화대책에 넣은 것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들 항목을 걷어내면 13조1천억원은 5조원 안팎으로 축소된다.
◇부자감세ㆍ조삼모사ㆍ부동산 거래동결 논란…재정에 치명타
이번 대책은 수출입이 급감하고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얼마나 약발을 발휘할지도 미지수다.
승용차 개소세 감면은 취등록세까지 70%씩 깎아줬던 2009년에 비해 감면혜택이 훨씬 적으므로 구매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동차 세금을 깎는 것은 품목의 상징성이나 해당 업종의 유관사업이 방대한 점이 고려됐지만 특정업종에 대한 특혜의 반복이라는 논란도 예상된다. 게다가 가전 개소세 부과액은 미미해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세제 감면은 어느 정도 효과가 기대되지만, 하우스 푸어 문제가 심각한 시기에 결국 부자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적잖다.
원천징수세액 인하는 ‘13월의 보너스’라는 소득공제 혜택의 대폭 축소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원청징수 때 덜 내고 연말정산 때 덜 받는 구조로 바뀌기 때문이다.
세금 감면은 바로 재정에 악영향을 준다.
취득세 감소분 7천억원은 정부가 내년 예산으로 감면액을 메워주기로 했지만 그 보전방식을 놓고 지방자치단체가 강하게 반발할 수 있다. 작년에도 보전규모와 방식을 놓고 홍역을 치렀기 때문이다. 게다가 법을 바꿔야 하는 만큼 시행 시기가 늦춰지며 오히려 부동산거래가 상당기간 동결되는 악영향도 불가피하다.
소득세 조기 환급은 내년 재정수지에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1조5천억원 만큼 올해 재정수지는 악화한다. GDP 대비 재정수지가 0.11%포인트 나빠진다.
이 때문에 2013년 균형 재정 달성을 사실상 포기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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