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외채는 3분기 연속 늘어
외채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우리나라가 외국에 갚아야 할 빚이 3분기 연속 증가했다. 무엇보다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외채가 다시 늘어나면서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도 오름세로 돌아섰다. 빚의 질(質)과 빚 갚을 능력이 동시에 악화된 셈이다. 단기외채 관리 강화와 함께 외국인 투자자금 대거 유출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특히 단기외채가 크게 늘었다.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외채는 6월 1414억 달러로 3월보다 56억 달러 증가했다. 전체 외채 가운데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율은 33.8%로 3월 대비 0.9% 포인트 상승했다. 우리나라가 외채를 갚는 데 쓸 수 있는 준비자산인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도 45.3%로 석 달 새 2.3% 포인트 높아졌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이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1분기 이후 5분기 만이다.
한은 관계자는 “외국은행의 한국지점(외은지점)이 단기외채를 많이 들여오면서 전체 단기외채가 늘었다.”고 원인을 설명했다.
반면 우리나라가 외국에서 받을 돈인 대외채권 잔액은 5067억 달러로 3월보다 24억 달러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갚을 돈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받을 돈인 순대외채권 잔액(총대외채권-대외채무)은 881억 달러로 3월보다 84억 달러 감소했다. 직접투자와 증권투자 등을 포함한 외국인투자가 8767억 달러로 불어나면서 순대외부채도 1066억 달러를 기록했다.
대외채권과 채무 등을 기준으로 하면 우리나라는 순채권국이지만 대외자산 등을 기준으로 하면 1000억 달러 넘는 순외채를 짊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외채 비율도 2009년 말 41.4%에서 2010년 35.4%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다시 35.7%까지 상승했다. 극심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영국(410.7%), 프랑스(179.7%)보다는 양호하지만 브라질(16.2%), 멕시코(24.7%) 등 신흥국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경제 규모와 수출의존도가 클수록 무역 거래 증가에 따라 외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7월부터는 단기외채가 다시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국보다 채무 수준이 양호하다고 하더라도 유로존 위기 등이 심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단기외채 규모와 비중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정부가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향후 글로벌 경제가 회복되는 시점에 국제금리가 정상화되면 원화채권에 집중 투자한 외국인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2012-08-22 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