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마케팅, 약인 줄 알았더니 독이네

분양 마케팅, 약인 줄 알았더니 독이네

입력 2012-07-16 00:00
수정 2012-07-16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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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률 50% 안 되면 퇴출 압박에‥제살 깎기

최근 부동산경기 침체로 궁지에 몰린 건설업계가 ‘제살 깎아먹기’식 분양 마케팅을 벌였다가 된서리를 맞고 있다.

국내 주택사업은 분양부터 먼저 하고 건물을 짓는 방식이라 초기 분양률이 일정 수준을 못 넘기면 돈줄이 막혀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무리하게 짜낸 분양 촉진책이 결국 대규모 계약 해지 등 역풍을 불러 일으켰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건설은 2010년 10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죽전 보정역 한화 꿈에그린’ 미분양 아파트에 대해 계약금 보장제를 실시했다.

계약자가 해약을 원하면 위약금 없이 3천만원을 고스란히 돌려주는 제도다.

한화건설은 계약금 보장제를 도입한 이후 상당수 미분양을 처리했고 김포 풍무지구 ‘유로메트로’ 사업장에도 이를 적용했다.

그러나 보정역 꿈에그린 아파트는 입주를 3개월 앞둔 현재 총 379가구 중 절반 이상이 미분양으로 남았다. 중대형에 대한 수요가 줄고 유럽발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이 지속돼 집값이 떨어지자 계약자들이 대거 해지에 나선 것이다.

이 아파트는 결국 올해 초 계약금 보장제를 중단했다.

건설사들이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식으로 분양 마케팅을 벌이는 까닭은 일정 수준의 분양률을 확보하지 못하면 사업이 퇴출 위기에 놓이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분양 이후 은행에서 중도금 집단대출을 받으려면 최소한 절반은 계약이 돼야 한다”면서 “공사비를 회수할 수 있는 분양률 마지노선이 50%기 때문에 이게 안 되는 사업장에는 돈을 못 빌려준다”고 말했다.

과거 부동산 호황기에는 설령 미분양이 나더라도 내부 직원에게 미분양 물량을 떠넘겨 분양률을 높이는 관행이 비일비재했다.

실제 벽산건설[002530]은 일산 식사지구 ‘위시티 벽산블루밍’ 아파트 잔여분을 직원 108명에게 분양해 500억원을 대출받았다. GS건설[006360]도 ‘일산자이 위시티’ 707가구를 직원에게 분양하고 2천억원을 대출받은 바 있다.

그러나 100대 건설사 중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받는 업체가 23개로 늘어나는 등 경기가 악화되자 월급이 수개월째 밀린 채로 억지로 맡은 미분양 아파트의 대출 이자까지 내게 된 직원들의 반발이 커졌다.

이에 업계는 더 이상 내부적으로 처리할 수 없게 된 미분양 물량까지 털어내기 위해 더 독한 고육지책을 내놓고 있는 셈이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팀장은 “대책이 덫이 되는 악순환”이라면서 “선분양 후시공 자체가 시장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근거한 방식이라 침체가 길어질수록 건설사들은 진퇴양난에 빠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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