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직원들 “자꾸 담배 끊으라는 회장님 때문에…”

대기업 직원들 “자꾸 담배 끊으라는 회장님 때문에…”

입력 2012-04-08 00:00
수정 2012-04-0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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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회장님 덕분에 담배 끊고 살까지 빼 중매로 결혼합니다.”

직원들의 금연과 결혼, 다이어트, 늦둥이까지 직접 챙기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사회적 변화와도 맥을 같이하고 있지만, 흡연의 경우 대부분 회장의 의지가 강해 초강수를 두기도 한다.

예전에는 개인이 알아서 했던 일들에 회사가 관여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다소 무리수를 두기도 하지만, 어쨌든 독한 회장님 덕분에 직장인들 건강 하나는 챙기니 불만이 있어도 큰소리는 못 낸다.

◇”흡연자 인사상 불이익은 회장 권한”

금연하면 최근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이 정준양 회장이 이끄는 포스코다. 정 회장은 2009년 취임 직후부터 금연을 기업 경영의 첫 번째 목표로 삼았다. 직원의 건강이 곧 회사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정 회장의 금연에 대한 의지가 워낙 완고해 직원들은 매년 받는 건강검진 때 금연 여부를 진단받는다. 흡연은 개인적 일이라고 항변해 봐야 고소하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2008년 30%였던 직원 흡연율이 현재는 제로에 도달했다는 게 포스코의 주장이다.

웅진그룹도 포스코만큼 금연운동 열기가 거세다. 금호아시아나, 포스코에 이어 세 번째로 국립암센터로부터 금연대상을 수상했을 정도다.

임직원을 상대로 불시에 소변검사와 모발검사를 통해 금연여부를 확인한 사건은 업계에서도 유명하다. 웅진씽크빅은 파주사옥에서 금연에 성공한 임직원 모두에게 시가 30만원 상당의 자전거를 준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986년 국내 최초로 금연캠페인을 시작한 뒤 1991년 모든 사업장에서 금연을 선언했다. 이듬해에는 금호산업 고속버스의 완전 금연을 추진했다. 당시 회현동 아시아나빌딩 사옥은 국내 첫 금연빌딩이었다. 1995년에는 전 세계 최초로 모든 노선의 항공기 금연을 실시했으며 기내 면세담배 판매도 금지했다.

금호그룹이 금연에 열성적인 이유는 폐질환이라는 가족력 때문이다. 박인천 창업주가 젊은 시절 2년간 폐병을 앓은 적이 있고 창업주의 장남인 박성용 전 명예회장도 애연가였지만 폐가 좋지 않았다. “담배를 피우고 안 피우고는 개인의 권리지만 흡연자를 승진시키지 않을 권리는 나에게 있다”는 박 전 명예회장의 발언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박 전 명예회장도 2005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차남인 박정구 회장은 형보다 3년 일찍 폐암으로 타계했다. 3남인 박삼구 회장이 금연 활동에 열정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금연펀드를 운영하는 곳도 있다. GS건설은 올해부터 임직원을 대상으로 금연 지원 프로그램인 ‘금연 챌린저’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는 금연펀드를 설정해 참가자들에게 매월 일정액을 내도록 한 뒤 금연에 성공하면 납부금액의 2배를 준다. 금연에 실패하면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다.

삼성중공업은 금연펀드로 참가자의 42.5%가 금연에 성공했다.

보광훼미리마트도 ‘금연토토’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비흡연자가 금연 성공 가능성이 높은 직원에게 배팅하는 방식이다. 모든 임직원에게 1만원짜리 구좌 5개를 배정해 주고 이들이 금연 희망자에게 거는 식이다.

배당은 프로그램 종료일까지 흡연자가 금연에 성공할 경우 해당 직원과 후원자에게 배분해 준다. 금연에 성공한 직원에게는 30만원 가량의 경품을 별도로 준다. 지난해의 경우 금연토토 수익률이 274%나 됐다. 금연 성공자는 45명.

식품업계도 금연펀드 바람이 거세다. 남양유업(2008년), 대상(2009년), CJ제일제당(2011년) 등이 금연펀드와 사내 24시간 금연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직원이 금연에 성공하면 건강보험료를 돌려줄 예정이다. 월급의 5.8%인 건보료는 회사와 직원이 절반씩 낸다. 금연에 성공해 돌려받는 금액은 월급의 2.9%다.

지난해 처음 금연 프로그램을 시행한 SK건설은 올해 이를 연간 2차례로 확대키로 했다. 프로그램 참가자는 금연패치와 치약·가글 등 금연 용품에 더해 사내 건강관리실에 근무 중인 간호사를 전담 마크맨으로 배정받는다. 간호사는 정기 상담을 통해 금연단계별 정보를 제공하고 담배를 끊도록 돕는다.

포스코건설은 금연 클리닉에 더해 올해부터 만 40세 이상 혹은 과장 이상만 받을 수 있었던 건강진단 정밀검사를 전 직원으로 확대했다. 암이나 만성질환 등의 발병 연령이 낮아지는 추세를 고려한 것이다.

이랜드그룹은 입사 때 금연을 약속해야 들어갈 수 있다. 전체 사업장을 금연구역으로 정하고 흡연자에게는 인사에서 불이익을 준다. 다른 기업들과 달리 아예 흡연자가 설 자리를 없애겠다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출산독려·다이어트·중매 나선 기업들

중매를 해 주는 회사도 있다. 대우건설은 해외 근무자와 지방 근무자를 대상으로 미팅과 소개팅을 주선하는 ‘러브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 행사를 하게 된 이유는 근무 특성상 이성을 만날 기회가 적어 직원들이 혼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서다.

전문 커플매니저의 도움을 받아 본사 및 국내 현장 직원에게는 부담 없는 미팅을, 4개월에 한 번꼴인 정기 휴가기간에만 참여할 수 있는 해외 현장 직원에게는 진지한 만남이 가능한 소개팅을 주선한다.

저출산 시대를 맞아 출산을 독려하는 곳도 있다. 포스코건설은 2012년 ‘흑룡띠’해에 늦둥이를 계획하는 직원 중 올해부터 3자녀 이상 출산하면 축하금을 준다.

포스코건설은 금연에 이어 비만퇴치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비만 및 과체중인 경영지원본부 임직원 30명을 시작으로 올 6월부터 모든 임직원에게 비만퇴치 프로그램을 적용키로 했다. 참가자들은 체지방성분 분석과 건강상담 등을 통해 체중감량 목표치를 정하고 운동과 식이요법 등 맞춤식 처방을 받게 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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