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인 가구 ‘빈곤의 덫’ 원인은 가족해체

1∼2인 가구 ‘빈곤의 덫’ 원인은 가족해체

입력 2012-02-15 00:00
수정 2012-02-15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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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상태서 실업까지 겹쳐 빈곤화

가난한 1∼2인 가구가 급증한 것은 독거노인과 이혼, 자녀 분가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일자리 문제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미혼율이 치솟고 저출산 고령화 시대가 도래하자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핵가족마저 해체돼 ‘고립에 가까운’ 1∼2인 가구가 급증했다.

한부모 가정과 독거노인 등 경제적으로 취약한 1∼2인 가구의 가장은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가족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생계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빈곤층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 정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3∼4인 가구 위주로 짜인 사회정책과 복지제도를 1∼2인 가구까지 포괄하는 쪽으로 재조정하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미혼 ‘나홀로’ 가구 늘어…자녀 분가로 고령부부도 증가

우선 1인 가구의 증가에는 미혼율 증가의 영향이 컸다.

2000∼2010년 사이 1인 가구가 191만7천가구 늘었다. 이 가운데 미혼인 1인 가구의 증가가 88만6천가구에 달해 전체의 46.2%를 차지했다. 이어 사별 상태인 1인 가구 증가는 22.3%, 이혼 상태는 17.6%였다.

특히 30대 미혼율 상승은 1인 가구 증가세가 상당 기간 지속할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30대 미혼율은 1980년 3.3%에서 1990년 6.8%, 2000년 13.4%, 2010년엔 29.2%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결혼 시기 지체는 여성의 학력 수준이 올라가고 경제활동 참여가 많아지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우리나라는 결혼 이외의 다른 남녀 관계를 인정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KDI는 꼬집었다.

우리나라의 만혼화와 미혼율 상승은 곧바로 저출산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서구는 동거, 이혼, 혼외출산 등 확산으로 전통적 가족체제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겨 출산율 감소가 상쇄된 것과 대조적인 현상이다.

KDI 관계자는 “가구유형의 변화와 가구의 비제도화 경향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스웨덴, 덴마크, 영국 등은 동거라는 새로운 가정형태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높은 수준의 출산율도 유지됐다”고 지적했다.

2인 가구 증가에는 자녀 분가로 고령 부부가 늘어난 요인도 크게 작용했다.

지난 10년 사이 2인 가구 증가분 147만5천가구 가운데 부부로 구성된 2인 가구가 90만6천가구로 전체의 61.5%에 달했다. 1세대로 이뤄진 2인 가구 중 60대 이상이 46.35%, 50대가 18.87%인 것을 고려하면 새로 늘어난 2인 가구는 50대 이상의 고령 부부가 대부분이다.

이혼이나 분거(分居) 확산에 따른 한부모 가구 증가도 2인 가구 증가세에 한몫했다.

모자(母子) 가구가 전체 2인 가구 증가분의 18.7%, 부자(父子) 가구는 7.0%를 점했다. 2세대가 함께 사는 2인 가구의 상당수가 40대와 50대인 것을 보면 이혼이나 분거로 인한 한부모 가정이 늘었음을 알 수 있다.

◇1인 가구 절반가량 미취업…불평등도 가장 심해

1∼2인 가구의 빈곤율이 심각한 것은 취업률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KDI가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2005년) 표본자료를 활용해 추산한 가구규모별 가구주 취업상태를 보면, 1인 가구의 가구주 미취업률이 46.02%, 2인 가구는 36.94%로 1∼2인 가구가 가장 높았다. 4인 가구의 가구주 미취업률은 12.14%에 그쳤다.

우리 사회에서 소득의 주된 원천이 근로소득인 점을 고려하면 미취업률이 높을수록 소득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1인 가구는 50대 이상에서 미취업률이 특히 높았다. 50대의 미취업률은 42.72%, 60대 이상은 73.71%에 달했다. 독거노인의 경제적 취약성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30ㆍ40대는 상대적으로 양호했지만, 미취업률이 각각 20.50%와 29.68%로 그리 낮은 수준은 아니다.

2인 가구도 60대 이상 고령층과 함께 40대와 50대 가구주의 취업률이 낮았다. 40대 가구주의 미취업률은 23.75%, 50대는 28.29%, 60대는 57.52%였다.

한부모 가정은 특히 전반적으로 취업상태가 열악했다.

2인 가구는 한부모 가구 중심의 2세대 2인 가구, 고령자 부부 가구 중심의 1세대 2인 가구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2세대 2인 가구의 가구주 미취업률은 45.81%로, 1세대 2인가구의 33.73%보다 12%포인트가량 높았다.

1∼2인 가구는 소득불평등도도 심했다.

2010년 기준 1인 가구와 2인 가구의 집단 내 지니계수는 각각 0.469와 0.377로, 전체 평균(0.298)보다 훨씬 높았다.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가 평등하게 이뤄진다는 의미다. 보통 0.4가 넘으면 불평등이 심한 것으로 본다.

1인 가구 집단에서의 소득불평등도의 증가세도 두드러진다. 1인 가구 집단 내 지니계수는 2006년 0.423에서 2010년 0.469로 늘어난 반면에 2∼4인 가구집단 내 지니계수는 상승폭이 1인 가구보다 작거나 불평등이 오히려 개선됐다.

가난한 독거 노인이 늘어나지만 부유한 ‘싱글’도 증가한 셈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한 포럼에서 가구구조가 1~2인 가구와 노인가구가 늘면서 소득분배 편차가 구조적으로 악화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우려하면서 정부 개입 의지를 시사하기도 했다.

◇제도와 정책 1∼2인 가구 중심으로 재설계돼야

KDI는 한부모 가정이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것을 막으려면 한부모 가정 가구주의 경제활동 장려, 취업알선, 의료급여 등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부모 가정이 다수인 2세대 2인가구의 가구주 취업률이 54.2%에 불과한 점을 고려할 때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보장되는 직업을 갖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또 가구주가 경제활동과 양육을 모두 감당하기 어려우므로 한부모가정 자녀의 국공립 보육시설 입소 순위를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부모가정의 재정적인 안정을 위해선 이혼 후 비(非)양육자의 양육비지급의무를 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여러 국가는 선지급 형태로 양육비 지급의무제를 운용하고 있다.

빈곤 노인가구의 지원을 위한 국민연금 확대도 제안했다.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 연금을 받는 이는 160만명으로 전체 노인인구의 30%에 불과했다. 취업률도 30%에 못미친다.

KDI는 자영업자와 주부 등의 국민연금 가입률을 높이고, 개인연금 상품의 소득공제폭을 확대함으로써 적극적인 노후 대비를 유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미혼율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는 혼인장벽의 해소를 꼽았다.

사회적 성취욕구가 높은 젊은 여성들이 결혼하도록 하려면 혼인과 출산에 따른 불이익을 최소화하고 직장에서 연속적인 자기계발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을 연기하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DI는 무엇보다 정부의 정책이 3∼4인 가구에서 1∼2인 가구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주택정책, 최저생계비, 소득공제제도, 사회보험 수급자격 등 기존 제도와 정책을 1∼2인 가구에 맞게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가구구조 변화를 반영해 주거ㆍ기초보장 등 기존 복지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 가구특성별 빈곤실태를 반영할 수 있도록 최저생계비 산출방식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 거론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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