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재할당·경매 대금, 시설투자비 등 1조 이상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U+) 등 이동통신 3사가 다음달 주파수 경매를 앞두고 수천억원의 자금을 확보하는 데 비상이 걸렸다.
이통 3사는 ▲기존 사용하던 주파수에 대한 재할당 대가 ▲신규 주파수 대역에 대한 경매 입찰가 ▲새 주파수에 의무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시설투자비 등 올해 사업자당 수천억원에서 1조원 이상을 주파수 관련 비용으로 확정하게 될 전망이다.
통신업계는 곧 치러지는 신규 주파수 경매에서 최종 낙찰가가 얼마까지 올라가느냐가 최대 관건인 것으로 31일 보고 있다.
이번 경매에 올라온 주파수는 2.1㎓ 대역 20㎒폭, 1.8㎓ 대역 20㎒폭, 800㎒ 대역 10㎒폭 등 3가지.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들 대역의 최소 경쟁가격을 2.1㎓ 및 1.8㎓ 대역 4천455억원, 800㎒ 대역 2천610억원으로 결정했다.
LG유플러스는 2.1㎓ 대역을 단독으로 신청했기 때문에 4천455억원에 이 주파수 대역을 차지하게 된다.
반면 1.8㎓ 대역과 800㎒ 대역을 동시에 모두 신청한 KT와 SK텔레콤은 입찰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원하는 주파수를 가져가려면 최대한 많은 자금을 확보해 놓아야 한다.
물론 경매 첫 라운드에서 두 사업자가 1.8㎓ 대역과 800㎒ 대역을 나눠서 신청하면 경매는 단번에 끝나게 되고 사업자들은 해당 주파수의 최소 입찰액만 내면 된다.
그러나 KT와 SK텔레콤 모두 1.8㎓ 대역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입찰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경매는 낙찰자가 나올 때까지 입찰가를 높이는 ‘동시오름 입찰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KT와 SK텔레콤이 무리하게 입찰가를 올리다 낙찰을 받더라도 자금력에 타격을 입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두 이통사는 재무환경과 1.8㎓ 또는 800㎒ 대역 활용계획, 추가 주파수 발굴·확보 계획 등에 따라 적정 입찰가를 얼마로 할지 검토하고 있다.
이 가운데 SK텔레콤은 반도체 기업인 하이닉스 인수전에도 참가한 상태이기 때문에 자금을 어떻게 운용할지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KT는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가 지난달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를 시작한 것과 대조적으로 아직 LTE 망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LTE 구축에 타사보다 큰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통사들은 경매를 통해 신규 주파수를 확보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대역에 기지국 등 시설투자를 해야 한다. 방통위는 800㎒ 대역에는 2만9천국, 1.8㎓ 및 2.1㎓ 대역에는 4만국의 기지국을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해 놓았다.
이통사 관계자는 기지국 1국을 세우는 데 많으면 수천억원까지 들어갈 수 있다고 전했다. 기존 기지국을 활용하는 등 비용을 아끼더라도 최대 4만국을 설치하려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이통사들은 지금까지 사용하던 주파수 800㎒ 대역 30㎒폭(SK텔레콤), 1.8㎓ 대역 20㎒폭(KT·LG유플러스)을 만료 기일인 지난 6월30일 이후에도 재할당받아 10년간 더 사용하는 대가로 각각 수천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방통위가 사업자의 예상 매출액을 기준으로 책정한 재할당 대가는 SK텔레콤 4천165억원, KT·LG유플러스 각각 1천944억원이다.
주파수 경매 입찰가와 재할당 대가는 방통위에 10년간 분할 납부하고, 기지국 등 시설 투자도 장기간 지속된다. 따라서 이통사들이 최대 1조원을 넘나드는 돈을 당장 마련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장기적인 자산 운용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올해 이통 3사가 망 개선 등에 쓰겠다고 밝힌 설비투자 규모는 KT 3조2천억원, SK텔레콤 2조3천억원 LG유플러스 1조7천억원 등이다. 3월 기준 각사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KT 8천36억7천만원, SK텔레콤 1조603억3천만원, LG유플러스 2천37억9천만원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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