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학자금 1년’…이용자들이 느낀 문제점

‘든든학자금 1년’…이용자들이 느낀 문제점

입력 2011-01-16 00:00
수정 2011-01-1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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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정부가 대학생 학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취업후상환학자금제,이른바 ‘든든학자금’을 도입한 지 15일로 꼭 1년이 됐다.

 1년간 든든학자금을 이용한 학생들은 인터넷에 일종의 ‘이용 후기’를 올리거나 주변에 든든학자금의 장단점을 설파하고 있다.

 이들이 전하는 든든학자금의 단점을 보면 학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것이라는 정부의 호언장담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16일 만난 서울의 한 사립대 2학년생인 김승규(20·가명)씨는 “1년간 대출 원금은 물론 이자도 내지 않아 마치 공짜로 학교에 다닌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는 “취업이 늦거나 연봉이 적은 곳에 취직하면 갚아야 할 돈이 빌린 돈의 세 배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한순간 섬뜩했다”며 “얼른 졸업해서 좋은 직장에 취직하라는 취지에서 만든 제도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든든학자금을 신청해서 한 학기에 400만원씩 8학기 동안 3천200만원을 빌렸을 때 졸업 후 연봉 1천900만원인 직장에 취업하면 25년간 원금의 세 배가 넘는 9천705만원을 갚아야 한다.

 연봉이 2천500만원이라면 상환액은 6천884만원이 되며,연간 4천만원을 받는다면 5천168만원만 갚으면 된다.

 졸업 후 연봉이 많을수록 적게 갚고 연봉이 적을수록 많이 갚아야 하는 모순을 안고 있는 셈이다.

 경희대 2학년인 이현아(21·여·가명)씨는 든든학자금으로 지난해 1학기에 입학금과 등록금을 합해 530만원,2학기에는 등록금 440만원을 빌렸는데 이미 이자만 30만원 넘게 붙었다고 했다.

 이씨는 대출 신청절차도 너무 까다롭다고 불평했다.인터넷으로 대출을 신청할 때마다 약 30분 길이의 학습 동영상을 봐야 했기 때문이다.든든학자금의 도입 취지와 상환의무 등을 설명하는 이 동영상을 끝까지 보지 않으면 신청버튼을 누를 수조차 없다.

 일정 기간마다 교육당국에 자신이 한국에 있다고 신고해야 하는 점도 학자금 이용자들의 공통된 불만이다.

 이씨는 “정부가 벌써 돈을 빌린 학생이 취업을 못해 돈을 안 갚는 것은 아닐까,돈을 떼어먹고 외국으로 외국으로 도망가는 것은 아닐까 하고 걱정하는 것 같았다”며 불쾌한 감정을 털어놨다.

 그는 “지난해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정부가 새로 내놓은 제도라기에 든든학자금을 선택했지만,올해는 다른 대출상품도 꼼꼼히 살펴보고 결정하겠다”라고 말했다.

 든든학자금의 문제점이 어느 정도인지는 시민단체의 최근 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참여연대가 지난해 9월 한달 간 전국 52개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 1천621명을 대상으로 한 든든학자금 만족도 조사 결과 응답자의 52.3%가 든든학자금에 ‘약간 불만’ 또는 ‘매우 불만’이라고 답했다.

 반면,‘매우 만족’ 또는 ‘약간 만족’이라고 답한 학생은 응답자의 1.8%와 7.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든든학자금에 개선할 점이 많음을 시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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