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낮췄는데도 집 안팔려 이사도 못가요”

“1억 낮췄는데도 집 안팔려 이사도 못가요”

입력 2010-07-20 00:00
수정 2010-07-20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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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경기도 용인시 성복동의 한 신규 입주 아파트.

비 내리는 평일이기는 했지만 이사를 들어오는 집은 한 곳도 눈에 띄지 않았다.

지난달부터 입주에 들어간 이 아파트는 이달 말이 입주 마감이지만 입주율은 26%에 그치고 있다.

전체 1천512가구에 이르는 대단지이지만 절반 가까이는 여전히 미분양 상태다.

그렇다 보니 저녁이면 불 켜진 집이 한 동에 10여 곳밖에 보이지 않는 ‘불꺼진 아파트’다.

입주율이 낮은 것은 살던 집이 팔리지 않아서인 경우가 많다.

분양아파트의 경우 종자돈으로 계약금을 내고 중도금은 은행 대출로 해결한 뒤 잔금은 살던 집을 팔아 마련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살던 집이 팔리지 않으니 잔금을 마련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이 아파트 입주예정자인 김성찬(38) 씨도 그런 경우다.

김씨는 “2년 전 6억 이상이던 집을 5억 미만에 내놓았지만 집을 내놓은 지 1년이 지나도록 단 한 명도 보러오지 않고 있다”면서 “집을 파는 것은 거의 포기상태”라고 말했다.

입주기간 내 잔금을 치르지 못하면 지연기간에 따라 최고 연 16.99%의 연체이자를 물어야 한다.

김씨는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다.

건설사에서 잔금(30%)의 3분의 2를 1년 유예해 줬기 때문이다.

김씨는 “어떻게든 입주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대출이자로 한 달에 200만원 이상은 나가게 생겼다”면서 “집이 팔렸다면 들어가지 않을 돈인데, 아이 3명을 키우면서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답답해했다.

그는 “급한 불은 껐지만 벌써 1년 뒤가 걱정”이라며 “1년 내에는 집을 처분해야 하니 전세로 놓기도 어렵고, 월세로 놓자니 찾는 사람이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자산의 대부분을 집 한 칸에 ‘올인’하는 경우가 많은 한국 사회의 특성상 거래 실종은 이처럼 개인의 재무제표를 한순간에 망가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거래 실종으로 입주민과 건설사만 고생하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중개업이나 인테리어업 등 관련산업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용인 성복동의 M공인 김진태(가명) 사장은 “작년 추석 이후 매매 계약을 한 건도 못했다”면서 “전세 계약만 어쩌다 한 건씩 하는데 임대료만 겨우 낼 정도”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중개업을 시작한 지 6년 정도 됐는데 지금처럼 어려운 적은 없었다”면서 “옛날에는 어렵다가도 조금 지나면 풀리곤 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하소연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휴ㆍ폐업 중개업소는 모두 2천89곳으로 개업한 업소(2천81곳)보다 많았다.

휴ㆍ폐업 업소가 개업 업소보다 많아진 것은 작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개업 업소 수는 작년 1월(1천392곳) 이후 최저다.

아파트가 입주하면 ‘큰 장’이 서는 인테리어업도 마찬가지다.

신규 입주아파트의 입주율이 떨어지다 보니 수요가 줄어드는데다 집값도 하락세여서 집에 돈을 들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복동의 한 입주 아파트 앞에서 중문, 커튼 설치 상담을 받고 있는 이지순(가명) 씨는 하릴없이 강아지와 놀고 있었다

이씨는 “보다시피 허구한 날 놀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중문이나 빨래 건조대는 기본으로 했는데 요즘에는 집값도 떨어졌는데 무슨 중문이냐며 안하고 심지어는 커튼도 안 하고 그냥 사는 집이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는 “이 아파트는 구경하는 집도 없다”면서 “입주가 이렇게 안되는데 구경하는 집 했었다간 다 망했을 것이라고 다들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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