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유착 고리 끊어라/李弼商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특별기고)

정경유착 고리 끊어라/李弼商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특별기고)

이필상 기자 기자
입력 1998-09-04 00:00
수정 1998-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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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大中 대통령은 지난 8·15 경축사에서 제2의 건국을 위한 경제분야 목표로 민주적 시장경제를 표방했다. 민주적 시장경제 건설은 정경유착 비리의 척결로 집약된다.

과거 고도성장 과정에서 비리 권력층과 재벌기업들은 특혜와 비자금을 주고받는 정경유착 체제를 형성하며 경제이권을 마음대로 차지하고 이익을 독과점했다.

실제로 정경유착은 우리 경제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권력의 비호를 받는 재벌기업들과 기득권층에게 사업의 인허가와 금융·세제혜택이 독점적으로 주어짐에 따라 일반 국민들과 중소기업들은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제약을 받았다.

이런 구조하에서 경제력이 재벌기업과 부유층에 집중됐고 중소기업과 서민경제가 빈사상태가 되자 경제는 하부구조가 없는 기형적인 모습으로 변해 붕괴의 길을 걷게 됐다. 따라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것이 경제 재건의 요체가 된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깨끗한 정치풍토가 선결 조건이다. 경제를 먹이대상으로 하는 정치가 아니라 경제를 발전시키고 봉사하는 정치로 바뀌어야 한다. 또 정부가 조직과 기능을 축소하고 규제를 혁파하여 관치의 사슬을 끊는 행정 구조개혁이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정경유착의 하수인으로서 비리의 온상이 돼온 부실 금융기관을 과감히 도태시키고 효율적인 금융시스템을 갖추는 금융개혁이 뒤따라야 한다.

경쟁적 산업구조를 갖추기 위해 정경유착의 파트너였던 재벌의 개혁은 필수적이다. 족벌경영 체제를 타파하고 계열기업의 독립경영 체제를 구축하며 전문경영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또한 방만한 사업구조와 차입경영에 의존한 재무구조를 과감히 뜯어 고쳐야 한다. 여기에 회계제도와 감사제도의 개혁으로 투명한 경영을 확립하는 것도 필요하다.

金대통령은 민주적 시장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불필요한 정부규제를 과감히 줄이고 현재 진행중인 기업·금융·노동·공공부문 등 4대 분야의 구조조정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이러한 개혁은 우리 경제가 마땅히 추진해야 할 과제들이다.

그 동안 경제를 정경유착의 수렁에 빠뜨린 장본인들은 경제비리를 주도해 온 정치인들과 갖가지 규제를 만들어 부당하게 경제를 지배해온 관료들이다. 따라서 정치와 경제를 분리시키는 정치개혁과 정부개혁이 먼저 추진돼야 한다. 이렇게 하여 정경유착의 뿌리를 제거한 후 각 부문별 구조개혁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국민적 합의는 이미 이루어졌다. 나아가야 할 방향도 정해져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를 이끌어 나가는 강력한 리더십과 개혁의 실천방안들이다. 추상적인 목표나 정치적 구호만으로 민주적 시장경제 체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신의 몸부터 자르는 개혁을 정치권과 정부부터 실천에 옮겨야 한다.
1998-09-0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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