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뻥 뚫린 홍명보호…흔들려도 ‘리더’가 없다

뻥뻥 뚫린 홍명보호…흔들려도 ‘리더’가 없다

입력 2014-06-23 00:00
수정 2014-06-2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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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고 또 흔들렸지만 홍명보호에서 중심을 잡아줄 ‘리더’는 없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3일(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알제리에 2-4로 완패했다.

벨기에와의 1차전에서 역전패한 알제리가 보다 공세적인 플레이를 할 것이 충분히 예상되는 경기였다.

한국 선수들은 러시아전 때처럼 뒤로 물러서 수비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알제리의 공세가 예상 밖으로 거셌다. 끊임없이 한국 진영을 몰아친 끝에 전반 26분 이슬람 슬리마니(스포르팅CP)가 선제골을 넣었다.

알제리처럼 선수들의 개인기만을 앞세운 팀을 상대할 때에는 초반에 기선제압을 해야한다는 것은 축구에서 ‘상식’에 가깝다. 상대가 뜻대로 플레이할 ‘판’을 만들어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홍명보호는 선제 실점한 시점 선택의 기로에 섰다. 공격으로 맞불을 놓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거친 몸싸움을 해서라도 상대의 기를 꺾어야했지만 그라운드에서 이 말을 외칠 리더는 없었다.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와 김영권(광저우 헝다) 두 젊은 중앙 수비수는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그간 보여줬던 것과는 달리 위기 상황 앞에서 허둥지둥하기만 했다.

’중원 사령관’ 기성용(스완지시티)은 볼 키핑을 하는 데에만 급급했고 러시아전에서 최고의 수비력을 보였던 수비형 미드필더 한국영(가시와 레이솔)은 갈 곳을 잃었다.

구자철(마인츠)은 후반전에 추격골을 넣기는 했지만 전반전에 주장으로서 동료들의 정신적 붕괴를 막지 못했다.

이날 선발 명단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는 박주영(아스널)이었다. 2006 독일 월드컵,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경험한 그는 홍명보호에서 ‘큰 경기 경험’도 가장 많은 선수다.

그는 위협적인 장면을 전혀 연출하지 못했다. 한국의 전반전 슈팅 수는 ‘0’이었다.

선택할 시점을 놓친 홍명보호는 침몰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선제 실점하고서 12분만에 2골을 더 내줬다.

홍 감독은 구자철을 대표팀 주장으로 선임하면서 “한 명이 아닌 23명의 리더십을 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결국 이 말은 ‘미사여구’에 불과했다. ‘23명의 리더십’은 결국 아무도 리더가 아닌 상황을 초래했다.

홍 감독 스스로도 전반전 그라운드 ‘밖’ 리더로서의 역할을 방기했다. 그는 스코어가 0-2까지 벌어지자 이후 전반전이 끝날 때까지 단 한번도 벤치에서 일어나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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